[남디’S VIEW]재벌 빵집과 버거, 같은 점과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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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 이어 한화그룹 미국 버거 수입, 재벌 딸들의 경쟁에서 아들들의 경쟁
글로벌 인지도 높은 버거 브랜드 수입 경영 성과로 인정할 수 있을지

 

10여 년 전 ‘재벌 빵집’ 논란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대기업 혹은 재벌들이 ‘빵집’까지 진출해 소상공인과 골목 상권까지 침해한다는 여론이었다. 대기업이라고 하면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들이 할 수 없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데, 빵집을 차리고 커피를 판다는 비판 여론이었다.

이후 호텔신라, 한화, 롯데, 현대차, 신세계, 코오롱 등 대기업들이 운영하던 빵집과 카페가 매각되거나 철수 절차를 밟았다.

10여년이 지난 2023년, F&B업계에서는 과거 재벌 빵집이 아닌 ‘재벌 버거’가 한창이다.

2016년 파리바게뜨를 하는 SPC그룹에서 미국의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을 들여왔다. 당시 쉐이크쉑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허 부사장은 쉐이크쉑 성공으로 부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사진=SPC그룹

또 지난해에는 치킨기업 bhc그룹에서 미국 서부에 있는 ‘슈퍼두퍼’를 가져왔다. 슈퍼두퍼가 미국 이외에 진출한 곳은 한국이 처음이다. bhc그룹이 수많은 버거 브랜드 중 왜 슈퍼두퍼를 가져왔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게다가 이달 중에는 재계 서열 7위의 한화그룹이 ‘파이브앤가이즈’라는 미국 버거 브랜드를 한국에 런칭할 예정이다.

특히 파이브가이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전무)이 한국 유치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전무는 본인의 개인 SNS 계정에 파이브가이즈와의 계약 체결, 홍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현장 실습을 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파이브가이즈의 한국 유치가 자신의 ‘작품’임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그렇다면 10여 년 전 재벌 빵집 논란과 지금의 재벌 버거와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뭐가 있을까. 비슷한 점이라고 한다면 과거에는 빵집과 커피가 메인이었다면, 지금은 ‘버거’라는 점이다. 그것도 인지도가 높은 미국 수입 버거.

이들이 새롭게 브랜딩을 하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의 수입은 ‘자본과 네트워크의 싸움’일 뿐 실패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사진=한화갤러리아

대신 과거 재벌 빵집들은 대부분 수입이 아닌 자체 브랜딩을 해 키우려는 노력이 있었다.

또한 빵집은 재벌 딸들의 경영 시험대였다면 지금은 재벌 아들들의 경영 시험대라고 볼 수 있다. 거기다 허희수 부사장과 김동선 전무는 마약과 폭행 등으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고 한때 경영 일선에서도 물러난 적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다른 점을 꼽자면 10년이 지난 지금, ‘스몰 브랜드’시대에 대기업 빵집은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그들이 빵집을 접거나 매각하지 않았어도 스스로 사라졌을 수 있다.

과거와 달리 감도 높은 개인이 내는 빵집과 카페가 Z세대들에게 더 크게 어필하고 있다. 패션과 뷰티, 식음 등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대기업과 프랜차이즈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 모양새다. 빵집과 카페를 하는 젊은 사업가들의 수준 높은 미각과 공간 기획도 대기업들의 자본력을 무색하게 한다.

이달 중 한화그룹이 오픈할 ‘파이브가이즈’는 인지도 높은 미국 버거 브랜드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초기 인기를 끌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과연 이것을 온전히 ‘재벌집 막내아들’인 김동선 전무의 경영 성과로 인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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