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전체 개인정보 유출됐다고 봐도 무방
로켓배송 등으로 우리에게 편리함 줬지만, 노동자와 타업계와는 항상 갈등과 부작용 발생
조화보다는 경쟁과 갈등을 선택해 외형 성장
편리함으로 성장한 쿠팡, 독이 되어 돌아온 느낌
국내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서 고객 정보 3370만개가 유출되면서 국가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대한민국 국민=쿠팡 고객’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쿠팡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대한민국 인구수는 약 5100만명, 쿠팡이 밝힌 프로덕트 커머스 부분 활성고객(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이 2470만명, 그리고 이번 고객 정보 유출된 계정이 3370만 개라는 점 등으로 비춰보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힘든 영유아나 노년층들을 제외한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쿠팡으로 인해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게다가 이번 쿠팡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이가 쿠팡에서 일했던 중국인 직원이었다니 더욱 할 말이 없어진다. 도대체 내부 조직 문화가 어떻기에 직원이 고객 정보를 빼돌리고 유유히 자국으로 떠날 수 있었을까. 대한민국 국민의 거의 모든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간 듯한 느낌이다.
쿠팡은 신용카드 등 결제 정보는 노출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다. 올해 6월에 처음으로 고객 정보가 유출됐는데 11월이 되어서야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된 점, 처음에는 4500개 계정이라고 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7500배 수준인 3370만 개의 계정이 유출됐다고 밝힌 점 등으로 봤을 때 신용카드 정보도 안심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쿠팡 탈퇴 움직임도 있어 보이며, 집단 소송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친중과 혐중으로 좌우 갈등이 빚고 있는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는 뜨거운 감자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2010년 쿠팡이 설립된 이후 약 15년 동안 무섭게 성장하면서, 직원들을 다루는 태도 및 끊이지 않는 직원의 사망 사고, 언론과의 갈등, 택배업체와의 갈등, 미국인 김범석 창업자(의장)의 한국 혐오 발언 등으로 비춰보면 어느 정도 퍼즐이 맞춰진다.
“How did I ever live without Coupang?(우리가 쿠팡 없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지난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밝힌 쿠팡의 비전 내용 중 일부이다.
쿠팡은 국민에게 ‘쿠팡 없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를 실현하기 위해 로켓배송을 만들고 전국에 어마어마한 물류센터를 짓는 과감한 투자를 했다. 모두가 망할 거라고 예견했지만 쿠팡은 오히려 더욱 몸집을 불렸고 사세를 키웠다.
어느 정도 쿠팡의 꿈은 실현됐다. 아침에 문 앞에 나가보면 전날 주문한 상품이 바로 도착해 있었고, 쿠팡 계정 하나로 음식도 배달할 수 있었으며 재밌는 예능 프로와 월드컵 축구도 쿠팡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쿠팡에 있어서도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며 언젠가부터 흑자로 돌아섰고 꿈에 그리던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도 했다. 미국인 김범석 의장도 한국을 떠났다. ‘더 위너 테이스 잇 올(The winner takes it all)’, 즉 승자독식의 원리를 잘 실현한 기업이 쿠팡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작용과 갈등은 항상 따랐다.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는 기존 택배업체들과 갈등을 빚었고 쿠팡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언론사로는 내용증명과 고소장이 접수되기도 했다.
물류센터와 배송 직원들을 거의 일용직 및 계약직으로 돌리면서 노동 관련 이슈는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납품업체인 식품, 뷰티 제조사와도 싸우고 심지어 올리브영과 같은 버티컬 이커머스 플랫폼과도 소송전을 벌였다.
쿠팡은 조화보다는 경쟁과 갈등을 선택했고 싸웠다. 그러면서 외형을 키웠다. 직원은 키우는 것이 아닌 돈을 주고 데려오는 존재였다.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하는 목적은 사업보국이 아닌 ‘마켓’이었다.
이번 고객 정보 유출 사태로 김범석 창업자의 과거 발언이 SNS상에 돌고 있다.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 수 없으나 김 창업자는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해서 돈을 벌면서 한국인을 그렇게 혐오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인들은 큰물에서 놀지 못해 시야가 좁고 스마트하지 못하며 도전 정신이 없고, 정직하지도 않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쿠팡에 외국인 경영진이 많은 배경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말도 있다.
쿠팡은 우리에게 빠른 배송과 편리함 등을 주면서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혜택을 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혜택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헌신짝 취급을 당하고,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렸을까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그들이 우리의 가족이자 이웃이라면 더욱 할 말이 없어진다.
이제 우리는 쿠팡에서 득을 누렸다는 이유로 개인 정보까지 털리게 됐다. 이게 맞는 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