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디’S VIEW]신세계더헤리티지 오픈한 ‘샤넬’ 아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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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열린 공간에 있었던 1층 천장의 꽃모양 석고부조, 샤넬 매장 안으로 들어가
신세계가 샤넬에 많은 걸 양보하고 내어 준 느낌

 

학창 시절 한국은행 건너편 제일은행 본점을 종종 찾았던 기억이다. 꼭 은행 업무가 아니더라도 1층 영업장 천장의 꽃 모양 석고부조를 보려는 목적도 컸다.

당시 이 공간은 은행 영업장이기는 했지만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었다. 1935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한국산 화강석을 사용해 마감한 네오 바로크 양식의 건물로 한국 전쟁 때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아 준공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상징적 건물이다. 서울특별시의 유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이후 신세계는 2015년 이 건물을 매입했다.

지난 9일 신세계는 제일은행 본점을 ‘더 헤리티지’로 이름 짓고 10년 만에 대중들에게 이 공간을 오픈했다.

신세계 ‘더 헤리티지’에 어떤 브랜드가 들어서는지에 대한 관심도 컸지만 또 다시 100년의 디테일함을 간직한 천장의 꽃 모양 석고부조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막상 신세계 더 헤리티지로 들어서는데 과거의 열린 공간은 어디가고 꽉 막힌 공간에 흰색의 아크릴판으로 막은 프랑스 브랜드 샤넬 매장이 크게 들어서 있었다.

지난 9일 신세계 본점 더 헤리티지에 입점한 샤넬에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사진=남다른디테일

더 어이가 없었던 건 샤넬이 2개 층을 사용하기 때문에 천장의 꽃 모양 석고부조를 보려면 샤넬 매장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샤넬 매장 안은 샤넬 직원들의 통제 하에 오픈런을 하고 대기를 해서 입장해야 한다. 건물주는 신세계지만 건물주 위에 샤넬이 있는 느낌이다. 건물과 문화재에 관심이 있어 신세계 더 헤리티지를 찾더라도 샤넬 직원들의 통제에 따라야 한다.

비록 이 건물은 신세계 소유이기는 하지만 100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시 국가문화유산 건물이다.

신세계는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더 헤리티지 4층 역사관에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의 흔적들을 박물관처럼 나열해 놓고 있었다. 또 카페나 기프트샵 등에서도 ‘한국적’, ‘헤리티지’, ‘장인정신’ 등을 내세운 공간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건물에서 가장 상징적인 1층 천장의 꽃 문양 석고부조를 온전히 보려면 샤넬 매장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서울시 국가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쳤다지만 신세계가 샤넬에 많은 것을 내어주고 양보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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