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서울의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와 이름과 콘셉트 유사
롯데의 따라하기 어제 오늘 일 아냐
더현대서울의 성공은 어딘가를 잘 따라해서 된 결과 아냐
모두 똑같은 백화점 아닌 다양성과 개성있는 백화점 생태계 기대
롯데백화점은 지난 4일 본점 9층에 K패션 전문관인 ‘키네틱 그라운드(KINETIC GROUND)’를 열었다.
키네틱 그라운드는 글로벌 2030세대를 타겟으로 하는 영패션 전문관으로, K패션의 성장을 돕고 나아가 글로벌 진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실험적 공간으로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롯데백화점 측은 전했다.
입점 브랜드는 ‘마르디메크르디’, ‘마뗑킴’ 등 K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물론, ‘더바넷’, ‘코이세이오’ 등 최근 2030세대에게 주목받는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입점시켰다.
특히 중앙에 위치한 ‘키네틱 스테이지(KINETIC STAGE)’는 차별화된 시그니처 팝업 플랫폼으로, 빠른 패션 트렌드 변화를 반영해 2주에서 1개월 주기로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는 핵심적인 공간이라고 롯데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그런데 키네틱 그라운드의 이름이나 콘셉트 등이 어딘가 들어본 것 같고 새롭지가 않다. 바로 그렇다.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의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이다.

더현대서울은 2021년 오픈하면서 지하 2층을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라고 이름 짓고, 젊은 K패션 디자이너들에게 놀이터 공간을 제공했다. 마치 성수동처럼 회전율이 빠른 팝업 공간을 백화점 내로 끌어들여 MZ세대 고객들을 백화점 내로 모으고 K패션을 해외로 알리는 큰 역할을 했다.
이는 곧 유통업계의 트렌드로 받아들여졌고 신세계백화점도 센텀시티점의 K패션 전문관 이름을 ‘하이퍼 그라운드’라고 이름 지었다. 이후에는 브랜드 육성 플랫폼을 ‘하이퍼 그라운드’라고 이름 짓기도 했다.
그러나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하이퍼 그라운드는 지하 2층에 있어 어느 정도 작명의 일관성이 있다. ‘그라운드(GROUND)’는 땅, 지면이라는 뜻이다. 엘리베이터 버튼에 G라고 표시돼 있는 것도 GROUND의 약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롯데백화점의 키네틱 그라운드는 지상 9층에 있다. 지상 9층과 그라운드는 무슨 상관이 있고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을까. 롯데백화점 측은 젊은 세대들의 활기차고 동적인 걸 표현하기 위해 키네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스테이지나 필드와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그라운드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더현대서울의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의 콘셉트와 이름을 따라 한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이런 따라하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루 열거하기 벅찰 정도로 많다. 실례로 롯데백화점 휴무일에 VIP 고객들의 프라이빗 쇼핑 행사도 갤러리아백화점이 먼저 해왔던 것이다. 신세계 출신인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오고 나서는 신세계와 유사하게 가려고 한다.
선도적이고 혁신적으로 무엇인가를 새롭게 하기보다는 어딘가 잘 되는 걸 뒤늦게 따라 하는 건 여전하다. 이런 게 롯데의 그룹 문화인가?
더현대서울의 성공은 어딘가를 보고 따라하기를 잘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일본이나 프랑스의 백화점 선진국을 가 보면 경쟁은 하겠지만, 서로의 개성과 철학이 분명히 있다. 럭셔리를 지향하는 백화점과 대중성을 지향하는 백화점이 공존한다. 모두 똑같은 백화점이 아닌 다양성과 개성이 있는 백화점 말이다. 롯데백화점의 따라하기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