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언론과 SNS에는 그랜드조선제주로 아주 시끄러웠습니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난 신혼부부가 선택한 호텔이 그랜드조선제주였고 호텔에서 여성사우나를 이용했는데 유리 차단 코팅과 블라인드 등의 미비로 외부에서 사우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일이 발생한 겁니다. 고객은 당연히 유리 차단 코팅이 되어 있어 외부에서 내부를 못 볼 줄 알고 자유롭게 사우나를 즐겼는데, 나중 알고 봤더니 외부에서 내부가 훤히 보였다는 겁니다.
자세한 건 피해자가 올린 글을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https://pann.nate.com/talk/357724401#replyArea
그런데 별의별일 다 일어나는 호텔에서 호텔 측이 진심으로 사과하면 사태가 이리 커지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이것도 모를 일), 호텔에서 영업 방해로 항의하는 고객을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 호텔의 운영사인 신세계그룹의 호텔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 측에서 입장을 밝혔는데 “우려했었던 피해는 다행히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우려했었던 피해는 다행히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한 근거는 무엇일까요? 호텔 CCTV가 여성 사우나를 보는 행인의 눈까지 모두 포착할 수 있었을까요? 카메라 줌으로 당겨서 찍었을지 누가 아나요?
저도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진위는 판단할 수 없지만, 외부에서 내부가 안 보일 것이라 믿고 알몸으로 다녔을 고객을 진심으로 위로해야 할 호텔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매우 아쉬운 대목으로 남습니다. 올해 1월에 오픈한 호텔인데, 오픈하자마자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유감입니다. 호텔은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산업인데, 그랜드조선제주는 회복하기 힘든 일을 겪은 거 같습니다. 이 호텔은 아마도 ‘알몸호텔’이라는 오명이 아주 오랜 기간 따라붙지 않을까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그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신세계그룹이 단기간에 호텔을 무리하게 확장한 탓이 아닌가 합니다.
신세계그룹은 오랜 기간 서울과 부산에서 웨스틴조선호텔을 운영했을 뿐, 호텔 사업을 확대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포포인츠바이쉐라톤서울역 정도 오픈했었죠. 그런 조선호텔이 2018년 독자 레스케이프호텔을 오픈한 이후 호텔업을 단기간에 엄청나게 확대했습니다. 부산과 제주에 ‘그랜드조선’이라는 5성급 독자 브랜드를 오픈했고, 명동에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호텔을 오픈했습니다. 판교에도 ‘그래비티’라는 호텔을 오픈했습니다. 4월에는 조선팰리스럭셔리컬렉션도 오픈할 예정입니다. 이 계획을 세울 때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었을 테고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속도 조절도 필요했을 법한데, 기존 계획대로 강행한 듯합니다. 최근 몇 년간 호텔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곳이 신세계그룹이었습니다. 신세계그룹이 왜 단기간에 이렇게 호텔을 많이 오픈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호텔 하나 오픈하고 키우고 인정받을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요. 서울신라호텔 보시면 잘 알 거 같아요. 오늘의 서울신라호텔이 되기까지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단기간에 여러 호텔을 오픈하게 되면서 조선호텔은 직원들을 많이 뽑아야 했을 테고, 당연히 제대로 된 교육도 부족했을 것입니다. 시설 점검과 운영도 미흡했을 수 있습니다. 호텔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호텔은 얼마나 섬세한 산업인가요. 말 한마디로 고객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상처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이번 일로 인해 단기간에 많은 호텔을 오픈한 조선호텔이 자신을 뒤돌아보고, 놓치고 있는 게 뭔지 재점검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숙하면 숙련될 때까지 기다렸다 오픈하면 좋겠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터질 게 터졌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면서 서울웨스틴조선호텔에 투숙해 봤었습니다. 이전 후기에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대체로 5성급 호텔에 미치지 못하는 서비스 수준이었습니다. 밤에 자고 있는데 전기가 나가 추위에 떨며 자야 했고, 홍연레스토랑에서는 음식에 털이 나온 일도 있었습니다. 이후 직원들의 대응 태도나 방식에서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서울웨스틴조선호텔의 서비스 태도에 매우 실망했었고 전 그냥 비즈니스호텔급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호텔에 메일을 보내도 며칠 지나서야 오는 경우도 많았고, 답신도 매우 성의 없게 왔던 기억입니다. 최근에는 클럽라운지 해피아워도 3부제로 운영한다던데, 정말 그건 아닌거 같습니다. 클럽라운지 수용 인원에 맞춰 이그제큐티브룸 판매를 조절하고 인원을 통제해야 하지 않나요.
한꽁 이라는 사람이 날 비방했을 때도 한꽁은 “알고보니 웨스틴조선에서도 가관이셨다네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의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정말 웨스틴조선호텔 직원이 고객의 정보를 이용해 또 다른 고객에게 이런 말을 했다면 고객 정보 유출에 해당할 것입니다.
또 조선호텔 백오피스에서 일하는 지인이 있는데, 제가 호텔에 투숙하는 걸 말도 안 했는데, 다녀간 걸 안 적도 있습니다. 프런트 직원이나 객실부 직원이 말을 해줬나 본데, 왜 내가 동의하지도 않은 걸 직원들끼리 공유했나 모르겠습니다. 제가 필요했다면 지인에게 먼저 말을 했겠죠. 룸에 와인 한병 올려준 적도 없으면서, 감시만 당하다 온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까지도, 이 글을 보게 될 조선호텔 직원들이 나에게 또 어떤 비방과 복수, 폭력을 행사할지 두렵기까지 합니다. 조선호텔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로부터 욕설 섞인 쪽지와 댓글을 받은 적도 여러 번입니다. 그때는 그냥 삭제하고 차단하고 말았는데, 이제는 캡처해서 꼭 범인을 찾아야겠습니다.
제가 잘못한 게 있거나 따질 거 있으면 앞에서 당당히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익명에 가려 고객 뒷말을 하는 것은 호텔 직원으로서 정말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한편 이번 그랜드조선제주 여성사우나 일을 보면서, 앞으로 남성인 저도 좀 더 적극적으로 몸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제 경험상 호텔 남성 사우나에 있는데, 어떤 여성분이 들어오시더니 바로 놀라서 나간 경우도 여러 번 당했습니다. 홀라당 벗고 있었던 저는 그냥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그 여성은 여성 사우나인 줄 알고 잘못 들어왔을 텐데, 만약 여성사우나에 남성이 잘못 들어갔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아마도 여성사우나에서는 고성이 들렸을 것이며, 경찰이 출동하고 그 남성은 바로 성추행범으로 잡혀들어가지 않았을까요. 저도 앞으로 그런 일을 당하면 좀 더 적극적으로 저의 몸을 보호할 생각입니다.
이 글은 우리나라 호텔 산업이 좀 더 섬세하고 숙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성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