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올 여름 e프리퀀시 굿즈로 내놓은 서머캐리백에서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되면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한때 마케팅의 교과서였고 모든 브랜드에서 동경했던 스타벅스는 어쩌다 이 지경까지 갔을까. 이전에도 크고 작은 논란으로 항상 시끄러웠던 스타벅스지만, 이번 일은 그 결을 달리한다. 해외에 나가면 스타벅스 매장을 꼭 찾아가보고, 시애틀스타벅스1호점 매장, 스타벅스리저브로스터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 서울에도 스타벅스리저브로스터리가 생기길 얼마나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지. 모두가 스타벅스에 관련한 추억거리가 있는 거처럼 나 역시 스타벅스를 매우 애정했다.
스타벅스는 럭셔리마케팅, 대중마케팅, 굿즈마케팅, 지역마케팅, 문화마케팅 등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브랜드이다. 대단히 복잡하고 배울게 많은 브랜드임이 분명하다. 코카콜라, 나이키 이후 미국에서 태생한 최고의 브랜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유럽 중심의 커피 문화에서 커피하면 미국을 먼저 떠올리게 했던 브랜드가 스타벅스였다. 커피 기업이지만, 문화를 강조했던 스타벅스.
개인적으로도 뉴욕이나 해외에서 스타벅스는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이다. 화장실이 급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스타벅스이며, 장시간 앉아서 인터넷을 해도 아무도 눈치 주지 않는다. 전세계 똑같은 커피맛을 지녔지만, 지역 특색에 맞게 매장을 꾸미는 스타벅스의 지역 특화적 인테리어는 예술의 경지다. 앞으로도 스타벅스를 따라올 커피 브랜드가 나올까 싶을 정도로, 영원할 줄 알았던 스타벅스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먼 발치서 스타벅스 논란을 지켜보면서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 봤다.
1. 초심을 잃지 않았는지
가장 큰 원인은 ‘초심’을 잃은 게 아닌가 하는 우려다. 우리가 코스트코, 이케아 등 글로벌 브랜드를 선호하는 건 글로벌한 품질관리 능력 때문이라고 본다.
이케아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캔들도 전세계 모든 판매 국가의 기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화학적 테스트를 거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에도 커피 브랜드에서 내는 텀블러에서 기준치 이상의 유해 성분이 검출된 적은 있었지만, 스타벅스는 예외였다. MADE IN CHINA여도 글로벌 브랜드인 스타벅스의 엄격한 안전 기준을 통과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기준치 이상의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된 것은 신뢰에 큰 흠집을 낸 것이다.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스타벅스에서 굿즈만 내면 오픈런을 하고 솔드아웃이 될 것이라는 자만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신세계그룹 역시 스타벅스를 과도하게 이용한 측면이 크다. 스타벅스가 워낙 잘 나가니, SSG닷컴, 레스케이프호텔 등에서도 스타벅스와 과도한 협업을 진행했다. 스타벅스 특유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한채 이용하기에 바빴다. 브랜드 선호도가 워낙 좋으니 정용진 부회장도 스타벅스를 이미지에 잘 활용했다.
제발 스타벅스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길 바랬는데.
2. 스타벅스의 ‘갬성’을 놓친건 아닌지
알려져 있다시피, 얼마전 미국 스타벅스는 한국에서 지분을 모두 신세계그룹에 넘겼다. 미국 스타벅스는 로열티와 원두 공급 등에만 관여할 거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 스타벅스가 지분을 판 이후 매장 앞에 붙은 ‘좋아하는 걸 좋아해’라는 문구에 매우 닭살스러워 했다. 스타벅스 특유의 감성을 살리지 못한 문구라는 거다.
그 의견에 동의하기도 하지만 내가 정말 놀랐던 건 매장 음악이었다. 어느날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는데 귀에서 들리는 음악이 내가 익히 스타벅스 매장에서 들어본 것이 아니었다. 신디로퍼 음악이었나? 80년대 미국의 팝뮤직이 나오는 거다. 계속 듣다가는 마돈나, 레이디가가 음악도 나올거 같아 끔찍해서 매장을 나왔다.
알아봤더니, 미국 본사가 지분이 있었을때는 음악도 미국 본사에서 저작권을 주고 틀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본사가 지분을 팔면서 음악도 한국스타벅스에서 자체적으로 튼다고 한다. 그런데 매장 음악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 않았는지 ‘커피 전문점이니 신나는 음악 틀면 되겠지’라는 안일함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스타벅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직원들의 서비스 스탠다드도 잘 지켜지지 않는 느낌이다. 스타벅스 특유의 감성을 잃은 거 같아 너무나 아쉽다.
3.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한국 스타벅스는 오랜 기간 이석구라는 분이 대표이사를 맡았다가 2019년부터 송호섭이라는 분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스타벅스 영수증을 보면 송데이비드호섭이라고 되어 있는데, 아마도 국적은 미국인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추정한다. 이석구 대표 시절에는 전 스타벅스 매장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사이렌오더를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면모가 있었다. 그러나 송호섭 대표 취임 이후에 스타벅스가 달라진 점은 뭐가 있을까. 이 분은 미국 스타벅스 지분 인수 작업에 집중했던 거 같고 혁신적인 업적은 크게 기억 나는게 없다.
이분의 인스타그램을 보니 스타벅스 유튜브 10만 구독자를 달성해 실버버튼을 받았다고 자랑해놨던데, 유튜브나 SNS에 집중하시는 분 같다. 스타벅스의 결이 무너진 계기는 아마도 리유저블컵 이후가 아닐까 생각한다. 스타벅스가 위기를 자초한 건 ‘그린워싱’이 크지 않을까? 한편에서는 환경 캠페인을 펼치지만 다른편에서는 ‘예쁜쓰레기’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이중성.
4. 스타벅스를 대체할 커피 브랜드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에 비판적인데 그렇다고 과연 한국에 스타벅스를 대체할 커피 브랜드가 있을까하는 점이다. 블루바틀? 폴바셋?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파스쿠찌? 커피앳웍스? 모두 고개가 절래절래 지어지는 브랜드다. 그렇다면 중저가 브랜드인 이디야? 메가커피? 로컬 브랜드로 잘 나가는 카멜커피? 챔프커피? 모두 딱히 스타벅스를 대체할 브랜드로는 아닌 거 같다. 스타벅스처럼 되려면 적당한 가격에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와이파이도 빵빵하게 터져야 한다. 특유의 이국적인 인테리와 조명, 음악이 있으면 더 좋을 거 같다.
지금 우리에게 스타벅스를 대체할 브랜드가 있을까 묻는다면 난 없다라고 말할 거 같다. 아마 스타벅스나 신세계그룹이 위기 의식이 크게 없는 것도 경쟁자가 거의 없기 때문일 거다. 지금 새로운 브랜드가 생겨난다 한들 스타벅스처럼 키우려면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다. 블루바틀도 한국에서 이리 안되는데, 해외에서 브랜드를 가져오는 것도 답이 아닌 거 같다. 그런 면에서는 과거에 대기업 빵집 논란으로 대기업 계열의 빵집이나 커피 브랜드들이 사라진 게 정말 안타깝다. 대기업에서 커피 브랜드를 지금까지 키웠다면 스타벅스에 충분히 대적하지 않았을까?
제일 아까운 브랜드는 아띠제라고 본다. 아띠제는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매장 인테리어가 전혀 촌스럽거나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커피나 디저트 퀄리티도 아주 좋다. 이부진 사장이 이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면서 일본을 얼마나 많이 다니셨는지. 아띠제는 파리의 세련됨을 일본의 젠스타일로 잘 풀어낸 커피 브랜드인 거 같다. 아직까지 이부진 사장이 아띠제를 가지고 있었다면 스타벅스와 싸우는 형국이 되지 않았을까.
또 남양유업에서 하는 백미당도 한국적인 카페 디자인을 본격 선보인 브랜드가 아닌가 생각한다. 또 백미당이 추구하는 건 오가닉이다. 그런데 백미당을 가보면, 인테리어나 컨셉은 매우 좋으나 직원 서비스 교육이나 시스템의 미숙함을 자주 느낀다. 백미당은 이운경 고문이 진두지휘해 만들었고 컨설팅은 비마이게스트라는 곳에 맡겼다.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직원 서비스나 시스템은 부실한 면이 많다. 커피를 주문하면서 캐리어에 담아 달라고 하니 “본사에서 캐리어가 안와서 없어요”라고 말하는데 답이 없더라.
스타벅스가 서머캐리백 이슈를 어떻게 해결할지 잘 지켜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