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 한국에 정말 첫 매장 열까
스트릿 패션에 큰 관심이 없는 남다른디테일, 그러나 패션과의 인연을 이어간다면 슈프림을 모르고서는 안된다. 얼마 전 지인과 슈프림 얘기를 나눴다. 그는 슈프림 마니아. 그의 말을 들으니 슈프림이 정말 한국에 들어올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찾아보기로 결심.
먼저 슈프림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면 이 브랜드는 1994년 뉴욕 맨해튼에서 제임스 제비아가 기존 패션과 문화에 대한 냉소와 저항의 의미를 담아 런칭한 브랜드이다. 슈프림은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로 출발했고 그래서 매장 내에는 큰 보딩 장소가 마련되어 있는 이유이다. 전 세계 매장이 많지 않고 특히 해외직구를 막아놓고 있어 한국에서 슈프림을 공식적으로 사는 건 불가능. 슈프림의 인기는 정확히 모르지만, 젊은 세대들에게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고 소량 생산, 소량 판매 방식을 하고 있어 희귀성으로 인해 인기가 높다는 평이다. 어느새 스트릿 패션의 명품이 된 슈프림. 전 세계에서 슈프림 매장은 홈페이지 기준 뉴욕, 브루클린,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런던, 파리, 밀라노, 베를린, 시부야, 오사카, 후쿠오카, 하라주쿠, 다이칸야마, 나고야 등이다. 일본에만 6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슈프림은 왜 일본에만 6개 매장이 있을까
슈프림의 가장 큰 약점은 ‘짝퉁’이다. 제임스 제비아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기성 제품과 사회에 조롱과 냉소를 담았지, 법적인 안전장치를 하지 않았다. 슈프림 상표권을 등록하지 않은 것. 회사가 커지면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상표권을 등록하려고 했는데 IBF라는 회사에서 슈프림이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적으로 상표권을 등록해놓은 것이다. 이 IBF는 한마디로 ‘합법적인 짝퉁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등에 있는 슈프림 로드샵들은 모두 ‘합법적인 짝퉁 회사’라고 한다.
몇 년 전 삼성전자에서도 슈프림과 콜라보를 진행했는데, 이 짝퉁 회사와 하면서 체면을 구긴 일도 있었다.
슈프림의 본사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챕터4 Chapter4corp 이다. 일본에 공식 매장이 많은 이유는 일본에 스케이트보드 문화가 매우 발달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일본은 다른 아시아권 국가와는 달리 레플리카(짝퉁) 문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상표권 때문에 힘들었던 슈프림 입장에서 짝퉁 없는 일본이 너무나 반가웠던 것이다. 대신 한국은 슈프림이 동대문이고 남대문에 너무나 많이 깔려 있다. 제임스 제비아가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었나본데, 길거리에 깔린 수많은 짝퉁 슈프림을 보고 한국에 매장을 열지 않겠다고 말을 했다고도 한 것으로 안다.
VF코퍼레이션에 매각 이후, 변하고 있는 슈프림
그런 슈프림이 변하고 있다. 슈프림은 2020년 반스, 노스페이스, 팀버랜드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VF코퍼레이션 에 2조3000억원에 매작되었다. VF코퍼레이션 회장이나 CEO인 스티브 렌들은 슈프림 인수 당시 슈프림의 경영진과 독립적인 운영을 밝힌바 있지만, VF코퍼레이션으로 인수 이후 슈프림의 공급망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슈프림노스페이스 콜라보도 VF코퍼레이션 인수 이후 가능했던 일. 특히 스티브 렌들은 지난 5월 컨퍼런스콜에서 “새로운 아시아 지역 매장을 열 기회도 생기고 있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에 슈프림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슈프림 첫 매장이 어디가 될 것인지 추측이 난무했다. 후보 지역은 중국, 홍콩, 싱가포르, 방콕, 서울 등이 되지 않을까?
서울을 유력하게 보는 이유는 현재 패션 쪽이나 예술 쪽에서는 ‘서울’을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프리즈서울이 아시아에서 서울을 선택한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아주 역동적이고 트렌드하고 패셔너블한 도시로 보고 있다. 실제 과거 우리는 일본 논노 잡지 등을 보며 일본 패션을 따라 하기 바빴지만, 지금은 그들이 서울의 패션과 문화를 추종하고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인스타그램에서 79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supcommunity라는 슈프림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태극기와 슈프림 문양의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슈프림코리아라고 supreme_southkorea라는 계정도 만들어져 있다. 팔로워는 3360명에 불과하다.
그럼 한국에서 슈프림의 상표권은 등록했을까? 정답은 그렇다. 특허청에 찾아보니 미국 챕터4코프는 2018년 한국에 슈프림 상표를 출원했고 2022년 9월 2일에 출원 공고가 났다. 공고의 의미는 심사 결과 출원 거절 이유가 없는 상태로 심사관이 상표 공보에 기재해 공표하는 걸 말한다. 이후에는 공고된 상표에 대한 이의신청절차를 마치고 출원인이 등록료를 납부하면 된다.
한국의 상표 등록 대리는 리인터내셔널 특허법률사무소가 맡았다. 이제 한국에서 슈프림 상표를 법적으로 보호받게 되었다. 조만간 동대문, 남대문 등에서 슈프림을 보지 못할 것이다. 상표 등록을 했다고 한국 진출이 확정적인건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그럼 법인 등록을 했을까? 법인을 찾아보니 슈프림코리아, 슈프림글로벌홀딩코리아, 슈프림네트웍스, 슈프림컴퍼니 등 슈프림과 관련한 수많은 법인들이 등록되어 있었다. 보는데 유료여서 전수조사할 수 없었지만 슈프림코리아, 슈프림글로벌홀딩코리아, 슈프림 등을 찾아보니 모두 의류업과 관련이 없어 보였다. 아직 한국 법인은 만들지 않았거나, 내가 못 찾은 거 같다. 그러나 한국 판매는 다른 기업에게 판권을 줘서 판매할 수도 있으니 꼭 법인이 없어도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슈프림의 해외 판매 기준을 정확히 모름.) 슈프림 마니아들에겐 새롭지 않은 글일 수 있으나, 나에게는 이 포스팅을 하면서 슈프림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슈프림은 서울에 들어온다 하더라도 리셀러들 때문에 일반인들이 구매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매장을 여러 개 넓힌다면 모르겠지만. 가격도 일본보다 더 비싸게 책정되겠지. 또 서울에 매장을 연다면 단연 스케이트 보드 문화와 가장 어울리는 이태원, 한남동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