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들을 접하면, 식품 대기업들의 키워드는 ‘비건’, ‘대체육’, ‘대안육’에 집중되어 있다. 농심 신세계푸드 CJ제일제당 등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기업들이 거의 없는 거 같다. 이들이 언제부터 국민들의 건강한 식문화에 대해 고민했다고 비건 비건하는지 모르겠다.
CJ제일제당은 오랜 기간 미국 호멜사의 스팸 통조림을 국내에 들여와 제조 판매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스팸은 제 2차 세계대전에 널리 판매된 통조림 햄이다. 저렴한 가격에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고 장기 보존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스팸에 있는 지방, 아질산나트륨, 방부제 등이 많이 들어간 것에 대해 건강 문제로 많은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아질산나트륨은 동물성 단백질 아민과 만나면 1급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으로 변한다. 2015년 국제암연구소는 아질산나트륨을 2A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기도 했다. 우리가 원치 않는 메일을 SPAM MAIL이라고 부르게 된 어원도 ‘스팸’이다. 그만큼 우리 몸에 불필요한게 많이 들어가 있어서가 아닐까.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한건 전세계에서 스팸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 나라가 미국이며, 그 다음이 한국이라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명절 선물로 스팸 선물세트가 인기이니 참 아이러니하다. CJ제일제당은 이런 스팸 제품을 수십년간 제조 판매해왔으면서 급작스레 비건, 대체육을 논하는 것이 참 우습다는 생각이다. 차라리 대체육 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스팸 사업을 접는다면 더 진정성 있게 와닿지 않을까?
비건 레스토랑을 세운 농심
서울 잠실에 비건 레스토랑인 포리스트키친을 오픈한 농심 역시 모순적이라는 생각이다. 농심의 주력 상품은 인스턴트 라면이다. 라면에 들어가는 팜유가 얼마나 몸에 안좋은데. 농심이 만드는 식품 중 건강에 좋은게 있나? 우리나라가 못살고 배고플때 이런 식품들은 오히려 고마운 존재들이었을 거다.
그런데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식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점 오가닉을 찾고 비건을 찾는 거 같다. 농심 역시 이 시장을 놓치고 싶지 않고 활로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비건 시장에 뛰어든 거 같다.
그런데 몇년 동안이라도 대체육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그나마 나았으련만, 지금 대기업들의 모습은 ‘대체육 시장이 커지고 있어 그 시장을 잡아야 한다’는 거다. 관련 시장에 진정성 있게 접근하기 보다는 포트폴리오 강화와 다름아니다. 사람으로 치면 매일 술먹고 클럽다니는 사람이 결혼하겠다고 급작스레 꽃꽂이 배워 플라워리스트로 변신하는 거와 비슷하지 않을까(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다)
‘베러미트’로 비건시장에 뛰어든 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도 관련 시장에 열심인데, 이 기업은 베러미트라는 대체육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아예 노골적으로 CJ제일제당의 스팸이나 동원의 리챔을 공격했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을 잡겠다고 노브랜드버거를 키우고 있고 콜라와 사이다같은 탄산음료를 런칭한 기업이 갑자기 돌변해 비건과 대체육을 논한다는게 우습다. 국민 건강을 위하고 건강한 식생활 기업으로 나가겠다는 취지로 베러미트라는 대체육 브랜드를 낸다면, 최소 패스트푸드 브랜드를 철수한다던가 어떤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신세계푸드의 송현석 대표의 이력을 보니, 이 분은 피자헛, 맥도날드, 오비맥주 등에 오랜기간 근무했던 마케터 출신이다. 근무했던 기업들 중 오가닉 기업이나 몸에 좋은거 만드는 기업에 있었던 적은 없었던 거 같다. 술, 햄버거, 피자 팔던 분이 급작스레 친환경으로 돌변했다. 개인적으로 얼마나 오가닉 적인 삶을 실천하는지 모르겠지만, 겉으로 봤을때는 아닌거 같다. 그냥 미국에서 공부한 마케터? 이런 분이 베러미트라는 브랜드를 내면서 공장식 사육과 식품 첨가물을 비판하고 인류 건강과 동물복지, 지구 환경을 논하시니 매우 당황스럽다. 풀무원도 진정성 있게 오가닉을 실천하는 기업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풀무원은 수십년 일관되게 그 컨셉으로 나아갔다. 그나마 풀무원 정도 되어야 대체육이나 비건 시장에 진출해도 납득이 되지 않을까. 그외 기업들은 대체육 시장이 성장해서 뛰어든 것이지, 진정성 있게 지구를 생각하고 인류의 건강을 생각하는 거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진정한 환경실천가 나의 어머니
나는 어릴적 불교에 심취한 적이 있다. 불교 공부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제인구달의 희망의밥상도 그때 접한 책이며, 잘먹고 잘사는법 등 여러 책들을 접했다. 친환경을 실천하겠다며 자급자족에 대해 눈을 떴고 동네 뒷산을 다니며 쑥을 직접 캐서 국을 끓여먹은 적도 있다. 쌀도 오리농법으로 지은 것을 사다가 먹었었다. 당시에 초록마을이 있었는데 거기서 주로 사다 먹었다.
식당에서 파는 밥은 더러운 것이라고 생각해 외식도 거의 하지 않았다. 자발적 왕따였다. 그때는 조금 더 자연과 가까이 가고 싶었고 내가 불편하면 지구가 더 편안할 줄 알았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고 여러 사람들을 접하면서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지구는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있는 사람들이 펑펑 에너지를 사용하고 음식물을 마구 버리는 것을 보고 나도 ‘누리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있는 동안 더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곳에 많이 다니고 싶었다.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건 의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난 친환경을 실천하진 못하지만 최소한 모순적인 인간은 되기 싫었다. 친환경을 논하고, 탈플라스틱을 논하는 사람들이 전기와 물은 아낌 없이 쓰는 거 보면 얼마나 모순적인지. 지구 불끄기 행사를 한다면서 스마트폰 켜놓고 라이브 방송을 한다. 전기 에너지를 쓰는게 얼마나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는 건데. 원전 이슈도 모두 전기에서 비롯된 거 아닌가. 비건을 논하고 오가닉을 논하면서 술, 담배 하는 사람들도 우습다. 그런면에서 최고의 친환경자는 우리의 어머니가 아닐까 싶다. 나의 어머니는 어릴적 세탁기도 물낭비라고 잘 돌리지 않으셨다. 손빨래해서 깨끗한 옷을 가족들에게 입히셨다. 세탁한 세제물도 그냥 버리기 아깝다며 그 물로 걸레도 빠시고 마당 청소하는데도 쓰셨다. 그런데도 나의 어머니는 한번도 친환경같은 말을 꺼내보신 적이 없으셨다.
아직도 나에게 최고의 환경 실천자는 나의 어머니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