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화장품’ <시효>, 플래그십스토어 오픈…과연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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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와 로레알, 홍콩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합작해 만든 화장품 ‘시효’가 윤곽을 드러냈다.
시효는 서울신라호텔 지하 아케이드에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았으나 이미 공사는 끝났고 디피도 끝난 상태인 거 같다. 최종 마무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아 들어가 보지는 못했으나 외부에서 시효의 패키지 등을 대충 볼 수 있었다.
호텔신라에서 처음으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니 만큼 시효를 ‘이부진 화장품’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부진 화장품 ‘시효’ 신라호텔 아케이드에 첫선

시효(SHIHYO)에 대한 정확한 뜻은 모르겠으나, 동양의 24절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화장품이기 때문에 ‘어떤 사실 상태가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되는 일’이라는 뜻이 아닐까. 시간에 따른 효과 뭐 그런 뜻이 아닐까 싶다.

24절기는 날씨 뉴스에서 흔히 접하는 입춘, 경칩, 춘분, 동지 등을 말한다.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중국이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그래서 이 시효라는 화장품을 낸다고 알릴 때 중국에서 크게 반발을 했나 보다. ‘중국의 24절기’가 아닌 ‘동양의 24절기’라고 공식 자료에 쓴 게 화근이 됐다. 중국에서 로레알 불매운동도 일었고 로레알은 사과를 했다는 뉴스도 봤다. 신라면세점의 메인 고객들도 중국인인데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겠다.

먼저 패키지 디자인은 진갈색이다. 내가 좋아하는 태국의 카르마카멧 제품 디자인과 매우 유사하다. 카르마카멧 매장에 가면 향기를 맡아보라고 수십 가지의 병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그것과 매우 유사해 보였다.
매장 인테리어에는 솔잎을 많이 사용했다. 화장품의 주요 성분에는 쌀뜨물과 인삼수를 24가지 자연 원료와 배합해 특허 받은 핵심 성분 ‘시효24’가 함유돼 있다는데 매장 인테리어에는 솔잎이 많이 보여 의아했다.
제품 라인은 스킨케어라인 뿐 아니라 헤어라인도 내놓고 다양하게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제품은 24개 앰플인 거 같다. 앰플에 그린티 등이 적혀 있는 걸로 봐서는 24절기 중 그 시기에 가장 적합한 원료로 만든 거 같다.

서울신라호텔 아케이드의 시효 매장
방콕 카르마카멧 매장의 제품들

24절기에 착안한 24개의 앰플

그렇다면 24절기에 맞춰 24개의 앰플을 모두 구비해 놓고 매 절기에 맞는 앰플을 사용하라고 마케팅할까?
24개 앰플을 한 번에 구비해 놓고 쓰는 사람이 있으면 매출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과연 그럴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과거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에는 4계절 화장품이 대세였다. 봄에는 레몬 혹은 그린, 여름에는 쿨, 가을에는 화이트, 겨울에는 윤기. 화장품 회사 입장에서는 계절마다 화장품을 교체하라고 광고를 엄청 하기 때문에 매출에는 도움이 되었을 거다. 화장품 지식이 풍부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화장품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아직 다 사용하지도 않은 화장품인데 계절이 바뀌었다고 교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수입 화장품들이 들어오면서 깨졌다. 수입화장품들은 계절별로 스킨케어 제품을 바꾸라고 하지 않기 때문. 대신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찾기를 권했다.
왜 시효는 24개 앰플을 냈을까. 그 중에 자신에게 맞는 앰플을 선택하라는 건지 절기에 맞게 앰플을 쓰라는 건지 오픈해 보면 알겠지.

또 화장품은 아무리 성분이 좋아도 쓰기에 불편하면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모레퍼시픽의 최고가라인인 ‘아모레퍼시픽’의 타임 레스폰스 인텐시브 리뉴얼 앰플은 아모레퍼시픽의 핵심 성분을 압축해서 담았다. 그런데 이 제품을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용하기가 매우 불편하다. 가루와 액상을 섞어야 하고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이런 제품은 크게 성공하기가 어렵다.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에 비해 스킨케어 제품을 너무나 많이 사용한다고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서양인들은 자신에 맞는 화장품을 필요한 만큼만 쓰는데, 우리는 스킨-로션-아스트린젠트-에센스-영양크림-아이크림-팩…..너무나 많이 쓴다는 거였다. 이후 인터넷이 발달하고 국제화 되면서 이런 인식에도 변화가 왔다. 화장품을 순서대로 사용하는 게 정석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것. 올인원이 나온 것도 그런 배경이다.
화장품의 성공에는 좋은 성분을 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새로운 라인 혹은 사용 방법의 혁신을 가져오는 것도 성공의 주요한 요소다. 개인적으로 가히 멀티밤이 최근 출시한 화장품 중 가장 혁신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스킨케어도 립밤처럼 건조할 때마다 꺼내서 바를 수 있는 아이디어. 이 회사가 최초로 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새롭게 봤다. 나 역시 외출을 했는데 피부가 건조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 언제든 꺼내서 바를 수 있다는 건 매우 매력적인 거 같다. 호텔신라와 로레알 등이 합작해 만든 시효가 뷰티 시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는 모르겠다. 가격은 아직 모르겠으나, 아마도 고가 라인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말이다. 화장품, 특히 스킨케어는 참 어려운 시장 같다. 브랜드력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스킨케어 제품이 있다면 잘 바꾸지 않는다. 그런 현상은 중장년층으로 갈수록 더하다. 젊은 세대들이야 올리브영에가서 이거저거 찍어 바르고 사겠지만 고가 라인을 쓰는 중장년층은 그렇지 않다.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인 신세계가 연작, 뽀아레 등을 런칭했지만 두각을 못내는 것도 이런 이유. 백화점 제일 좋은 자리를 줘도 안 된다. 또 만약 내가 로션 하나를 사는데 30만원 이상 지출한다면, 나는 좀 더 국제적으로 명망 있고 역사 있고 검증된 브랜드를 살 거 같다. 시슬리, 샹테카이, 스위스퍼펙션, 라프레리, 끌레드뽀 보떼…얼마나 좋은 브랜드 많나.

치열한 하이엔드 뷰티 시장에서 ‘시효’의 포지션은?

이들 브랜드 다 써 봤는데 개인적으로 자연성 화장품은 시슬리가 최고, 기술력으로는 뭐니 뭐니 해도 스위스 화장품이 최고인 거 같다. 시슬리는 아무리 화학적으로 조제된 향이지만, 어쩜 그렇게 자연에 가까운 향을 만들어냈는지 놀랍다. 하이엔드 뷰티는 시슬리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훌륭하고 좋은 제품들이 많은데 과연 시효를 선택할 고객은 얼마나 될까? 가격이 좋을까? 유통망이 좋을까? 마케팅이 좋을까? 제품력이 좋을까? 뚜껑을 열어보면 알게 되겠지. 참고로 가끔 나에게 화장품 뭐 쓰는지, 화장품을 추천해 달라는 분이 있다. 나는 그냥 ‘니베아’ 쓰라고 권한다. 니베아는 정말 좋은 화장품이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다 바를 수 있고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대대손손 썼고 쓰고 있는 화장품이다. 할머니 때부터 품질 검증이 된 화장품이다. 게다가 독일의 기술력이 들어간 화장품. 특히 니베아의 그 뽀송뽀송한 향은 노스텔지어를 자극한다. 비싼 화장품 아껴서 바르는 것보다 저렴한 제품 부담 없이 건조한 부위에 듬뿍듬뿍 바르는 게 좋다.

화해 어플을 얼마나 본 사람들이 많은지, 석유계 미네랄오일이 들어간 화장품을 나쁜 화장품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은데, 어떤 것이든 좋고 나쁜 걸로 이분법적으로 편 가르기를 하는 걸 제일 주의해야 한다. 그렇게 나누고 상대를 비방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클린뷰티니 착한 화장품이니 하는 건 그냥 마케팅이라고 보면 됨. 나쁜 성분이 들어갔다고 비방하면서 자신은 더 나쁜 걸 더 비싸게 판다. 오랜 기간 인기를 끌어왔고 자기 피부에 맞고 검증된 제품이고 착한 가격이면 최고의 화장품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화학 지식 부족하고 화장품의 진실에 대해 모르겠지만, 최소한 마케팅 수법에 쉽게 넘어가지는 않는다. 자연 화장품은 없다. 향수도 마찬가지. 자연 화장품 만들다가는 방부제를 더 넣어야 한다. 우리가 먹는 건강기능식품도 화학이고 화학 아닌 게 없다.

시효의 법인명 로시안, 1986년생 대표이사 곽진아는 누구?

다시 시효 얘기로 돌아가 보자. 시효의 법인명은 로시안이다. 로레알의 R, 신라의 S, 아시안 등이 결합된 법인명으로 해석된다. 3개 회사의 지분 구조는 알려진 바는 없으나, 호텔신라 보고서에 이런 문구가 있는 걸로 봐서는 각 33%씩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추측된다.

연결실체는 ㈜로시안의 지분 중 66% 및 100%를 특정주주에게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정주주는 연결실체의 ㈜로시안의 지분 중 66% 및 100%에 대해서 연결실체에게 매수 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로시안의 설립일은 2022년 7월이다. 화장품 브랜드 하나 런칭하려고 몇 년을 리서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6개월도 안되어 신규 브랜드를 내다니 초스피드다.
로시안의 자본금은 2억원이다. 초기 7만원 자본금으로 시작했던데 회사 설립 과정이 어떠했기에 7만원으로 시작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할 정도다. 로시안의 사무실은 이태원역 무신사 공유오피스가 있는 곳에 있다. 대표이사는 1986년생인 곽진아라는 분이 맡고 있다. 이 분이 왜 합작법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지 백그라운드를 알아봤으나 찾지 못했다. 이분은 도대체 누구시지. 호텔신라에는 신창하 상무(신라면세점 TR부문 MD팀장)가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로레알 쪽에는 프랑스 국적의 한 임원이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조만간 만나게 될 시효가 어떤 화장품인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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