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기업인, 그들은 어디에 살까5>
오랜 기간 재계 순위 5위를 지켰던 롯데그룹은 올해 이 자리를 포스코에게 내줬다. 롯데가 주력으로 하는 화학, 유통 등의 부진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는 롯데이다. 재계에서 가장 위기의 목소리가 나오는 곳 역시 롯데이다.
롯데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 사후, 아들인 신 회장은 한일 통합 경영을 하는 ‘원롯데’, 외부 인사들의 과감한 영입, 파격 인사 등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비극의 오이디푸스 왕이 신의 굴레를 벗어나려 노력했지만 결국 신의 손바닥 안에 있었던 거처럼, 신 회장 역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재계 6위의 롯데 총수 신 회장이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현재 신 회장의 주민등록상의 주소지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의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이다.
신 회장은 서울 평창동, 가회동, 한남동 등에도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된 2017년, 신 회장은 거주지와 집무실 모두 롯데월드타워에서 하는 ‘수직 출퇴근’을 시작했다.
그러나 남다른디테일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정작 신 회장이 살고 있는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소유주는 ‘롯데물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 회장이 롯데월드타워에 입주할 때 해당 부동산을 구입해 입주한 것이 아니었다.
신 회장이 살고 있는 곳은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최고층인 70층이다.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42층에서 71층이다. 신 회장이 살고 있는 곳은 70층에서 71층을 모두 사용하는 복층형 오피스텔인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 10대 기업 오너 중 자기 소유가 아닌 회사 소유 주거시설에 살고 있는 사람은 신 회장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더 의문인 것은 신 회장 개인과 롯데물산이 제3자가 알 수 있는 임대차 계약을 한 게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세입자가 보증금을 걸고 전세나 월세 계약을 한다면, 해당 부동산에 대해 전세권 설정을 하거나 전입신고, 확정일자 등을 한다. 그러나 신 회장은 이 모든 걸 하지 않았다.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오피스텔로 되어 있어 국토교통부에 전월세를 포함해 매매 계약 사항을 신고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신 회장이 살고 있는 호실은 그런 신고 내역이 없다.
국토부에 따르면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계약면적 기준 354제곱미터(약 107평)부터 2130제곱미터(약 644평)까지 상당히 다양한 타입을 가지고 있다.
이중 신 회장은 최고 평수인 2130제곱미터(전용면적 829.41제곱미터)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롯데물산 측이 신 회장에게 사택을 제공했을까? 그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신 회장은 롯데물산의 주주이자 미등기 임원이다. 보통 사택은 외국인 국적자이거나 거주지가 정해지지 않은 임직원들에게 제공한다. 그러나 신 회장은 서울에 거주지가 여러 곳이라 굳이 사택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신동빈 회장처럼 대기업 회장이 돈이 없거나 불법적인 걸 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만약 시그니엘 레지던스에 무상으로 살고 있다면 배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 세무사 역시 “신동빈 회장과 롯데물산이 어떻게 전월세 계약을 맺고 세금을 내고 있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라며 “정확한 것은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롯데물산 측은 “그룹 측에 확인해 봐라”고 말했으며 롯데그룹 측은 “개인적인 것이라 확인하기 어렵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