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해준 A 퇴직후 손 전 회장 친인척 회사에 재취업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에게 730억원에 달하는 부당대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검사 대비 두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금융감독원은 4일 2024년 금융지주·은행 정기검사 결과 우리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에서 482건, 총 3875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우리은행에서는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을 비롯해 101건·2334억원, KB국민은행에서 291건· 892억원, NH농협은행에서는 90건· 649억원에 달하는 부당대출을 찾아냈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를 통해 우리금융에서 기존에 확인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의심대출 350억원 외에 380억원을 추가로 적발했다.
금감원은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의 경우 여신을 주도적으로 취급한 지역본부장 A씨가 자금용도와 상환능력 평가를 소홀히 하는 등 내규를 다수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A씨는 퇴직 후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한 회사에 재취업한 사실도 파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업무방해 혐의로 손 전 회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손 전 회장은 2021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처남 김모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23차례에 걸쳐 517억4500만원을 불법 대출해 준 혐의를 받는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자회사 인수·합병(M&A) 관련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도 이런 중요사항을 공식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하지 않는 등 M&A시 의사결정 절차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KB국민은행에서는 영업점에서 팀장이 시행사·브로커의 작업대출을 도와 허위 매매계약서 등을 기반으로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쉬운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방식 등으로 부당대출 892억원을 해준 게 적발됐다.
NH농협은행에서는 영업점에서 지점장과 팀장이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전결기준 회피를 위해 복수의 허위 차주 명의로 분할해 승인받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대출 649억원을 해준 게 적발됐다.
이번 정기검사에선 파생상품을 이용한 손익 조작으로 손실을 숨긴 사례도 다수 나왔다.
우리은행의 한 딜러는 지난해 ‘홍콩H지수’ 급락으로 장부상 손실이 확대되자 내부 손실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평가데이터 입력값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방식으로 손실 누적액 약 1000억원을 2년 이상 숨긴 사실이 확인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LP) 업무 담당자가 헷지(위험회피) 목적으로만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데도 성과급 등을 위해 투기적 선물 거래를 지속하다가 지난해 8월5일 코스피 지수 급락으로 약 13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 회사의 ETF LP 부서는 투기적 선물거래로 발생한 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하루 만에 13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스와프 계약을 위조하는 등 조직적으로 부서 손익을 조작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ETF LP 부서 성과에 반영되지 않아야 할 트레이딩 수익이 성과급에 반영되고 담당 임원은 트레이딩 수익 창출을 독려해 투기적 선물거래를 조장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금융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계열 신탁사 손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리스크 관리에 미흡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이를 모두 반영할 경우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10~20bps(1bp=0.01%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단기 실적에 치중해 부당 영업행위를 한 사례도 드러났다. 다수 은행에서 금융소비자 연체 발생 시 최저생계비 등 민법상 압류금지채권까지 상계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에서 드러는 금융지주·은행의 경영관리 취약점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먼저 새로 도입된 책무구조도에 따른 내부통제 관리의무 이행 실태를 점검해 관리의무를 소홀히 한 임직원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또 영업부-리스크담당부-리스크관리위원회-이사회로 이어지는 전사적 리스크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중점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장기 자본관리 계획에 근거한 자본유출입통제 등 자본관리 측면을 세밀하게 살피고, 편법·우회적 여신 등에 대한 점검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 정기검사에서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됐다”며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구현 등 세부방안을 마련해 체계적인 감독방안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검사결과에 나타난 회사별 취약점에 대해선 향후 재점검을 통해 개선실태를 면밀히 확인할 것”이라며 “법규 위반 사항은 그 책임에 맞게 엄중 제재하는 등 후속 처리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