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브랜드 중 해외에 진출했을 때 가장 성공할 가능성 큰 브랜드
해외 드럭스토어 벤치마킹한 한계, 해외서도 올리브영 유사 모델들 많아
해외에 나갔을 때 차별화 포인트 잡는게 중요
1999년, 신사역 1번 출구로 올라가면 바로 보이는 올리브영 1호점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밝은 조명과 깔끔하게 진열된 매대 뿐 아니라 당시에 한국에서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라로슈포제, 아벤느와 같은 프랑스 더마화장품을 마음껏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하얀 가운을 입은 약사가 상주하고 ‘필요하신 게 있으세요’라며 접근하는 직원도 없었다. 제품을 마음껏 테스트해 봐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았다. 심지어 구매를 하지 않아도 사용해 보라며 샘플을 엄청 주셨다. 외국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드럭스토어를 한국에서 처음 접한 이 순간은 문화 충격에 가까웠다.
그리고 2024년 11월, 올리브영은 서울 성수동에 5층 규모의 국내 최대 매장인 올리브영N 성수를 열었다. 25년간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매장 수는 1300개를 넘어섰고 연매출은 4조원대를 향해 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필수로 가야할 곳은 면세점이 아니라 올리브영이 되어 버렸다. 현 시점에서 올리브영을 K뷰티의 대표 플랫폼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이는 없을 것이다. 향후 올리브영은 뷰티에 머물지 않고 어떻게 진화할지 아무도 모른다. 스타벅스처럼 될 수 있고 편의점처럼 될 수도 있다.
이런 추세라면 해외에 나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스타벅스, 맥도날드, 부츠, 세븐일레븐처럼 올리브영의 간판을 볼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삼성과 현대차를 제외하고 국내 브랜드가 글로벌로 진출했을 때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큰 브랜드는 올리브영이 아닐까 한다. 현 시점에서 올리브영은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국내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다.
올리브영은 과거 중국 등 해외에 나갔다가 실패한 경우도 있지만 해외 진출은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올해 5월 일본법인을 만든 것도 그렇고 교민들이 많이 사는 미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올리브영의 한계가 없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많이 찾는다고 해외에서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국에 방문했기 때문에 올리브영을 간 것일 뿐 굳이 자국에 가서까지 올리브영을 찾을 이유는 없을 수 있다.
게다가 올리브영의 사업 모델은 한국에서 자생한 것이 아닌 부츠나 왓슨스 등 해외의 드럭스토어를 벤치마킹한 모델이 아니었던가. 해외의 드럭스토어 시장도 포화상태일 것이다.
올리브영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스탠더드’를 명확히 잡아야 한다. 스타벅스에 가면 화장실이 개방되어 있고 러쉬에 가면 강한 비누향이 나고 손을 자유롭게 씻을 수 있는 점 등 그 브랜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를 갖춰야 한다. 올리브영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빅히트 제품도 있어야 한다.
글로벌 브랜드가 되기 위한 올리브영의 가능성과 한계가 동시에 느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