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생겨난 신생 브랜드, 모로코 커피하우스와는 전혀 관련 없어
마케팅과 브랜딩, 블렌딩의 성공 사례, 수입 유통에 의미 둘 게 아닌 그런 브랜드 만들 수 있는 능력 키워야
‘커피계의 명품’,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기원된 전설적인 브랜드’, ‘모로코 마라케시의 전설적인 커피 하우스 ‘다 엘 바샤 팰리스(Dar el Bacha palace)’의 오리지날 컨셉을 반영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지난 25일 롯데백화점이 싱가포르 커피 브랜드 ‘바샤 커피(Bacha Coffee)’의 국내 프랜차이즈 및 유통권을 단독으로 확보했다고 알린 보도자료 내용의 일부이다.
롯데백화점은 바샤커피의 국내 유통권을 확보하기 위해 18개월간의 노력을 기울였고 심지어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까지 싱가포르 본사까지 찾아가 롯데백화점의 향후 비전과 F&B에 대한 전략 등을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바샤 커피의 국내 유통은 기존 구뜨리치에프앤비라는 중소기업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전개해 왔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7월 청담동에 매장을 열고 향후 롯데백화점 등 다양한 채널의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하고 온라인 유통도 직접 전개할 예정이다.
최근 SNS상에는 ‘커피계의 에르메스’라는 타이틀로 바샤 커피가 큰 주목을 끌었다. 코로나 시국에 F&B쪽에 큰 스타 브랜드가 나타난 셈이다. 싱가포르 여행 시 꼭 방문해야 하거나 선물로 구매하는 필수 아이템이 바샤 커피가 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의 바샤 커피 매장 고객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점.
그런데 바샤 커피 로고에는 ‘1910’이라는 숫자가 있다. 이 숫자를 보고 1910년부터 시작된 커피 브랜드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바샤 커피는 2019년에 생겨난 브랜드로 이제 5년 밖에 안 된 신생 브랜드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태어난 브랜드도 아닌 싱가포르에서 생겨났다. 바샤 커피에 1910을 붙인 것은 모로코의 유명 커피하우스 ‘다 엘 바샤 팰리스’가 지어진 연도를 뜻한다. 1910년 당시 모로코의 ‘다 엘 바샤 팰리스’에는 전 세계의 진귀한 커피와 사람들이 다 모일 정도로 유명했다고 한다. 찰리 채플린, 프랭클린 루스벨트, 윈스터 처칠 등 수많은 유명인들이 이곳을 다녀갔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모로코의 ‘다 엘 바샤 팰리스’와 싱가포르의 바샤 커피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싱가포르의 바샤 커피는 모로코의 ‘다 엘 바샤 팰리스’에 스토리텔링을 입히고 그때의 인테리어를 복원하는 등 컨셉을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바샤 커피를 소유한 싱가포르 ‘V3 고메(V3 Gourmet)’그룹은 TWG라는 차(tea) 브랜드도 전개 하는데, 이 브랜드 역시 바샤 커피와 유사한 방식의 마케팅을 해 성공한 사례다.
TWG의 로고에는 ‘1837’이라는 숫자가 있다. 이 숫자는 TWG의 브랜드가 생겨난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닌, 싱가포르에 처음으로 상공회의소가 생기고 차 무역이 시작된 해를 뜻한다고 한다. TWG는 2008년에 런칭했다. 이름도 영국의 오랜 전통을 가진 차 브랜드 트와이닝(TWININGS)과 아주 유사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바샤 커피와 TWG의 성공 비결은 마케팅과 브랜딩, 블렌딩(blending)의 결정체가 아닐까 한다.
또한 세계적인 커피와 차 브랜드들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에서 생겨났다면, 바샤 커피와 TWG는 아시아인 싱가포르에서 태생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바샤 커피를 국내에 수입하고 유통하는데 의미를 둘 것이 아닌, 그런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