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 오리콤 소유, 종이잡지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며 빠른 성장
2021년부터 광고 매출보다 매거진 매출 앞서며 매거진 사업 급성장
두산 오너가 박혜원 부회장 오리콤 매거진 사업 이끌어, 오른팔은 이혜주 편집장
이혜주 편집장, BTS 등 연예인 친분으로 브랜드 네트워크 역할하며 매출 증대, 브랜드에 갑질 의혹도
패션 매거진 W코리아(더블유코리아)가 지난 1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개최한 유방암 자선 행사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은 유방암 자선 행사라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유명 연예인들을 부르고 브랜드 및 회사로부터는 협찬을 받는 ‘매출 증대’를 위한 파티였다는 비판이다. 거기다 W코리아가 외부에 알린 기부금액과 기부처인 한국유방건강재단이 받은 기부금액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 확산하고 있다.
횡령 및 배임, 심지어 탈세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W코리아 측은 홈페이지와 SNS에 사과 공지문을 올렸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없었다.
이에 남다른디테일은 W코리아를 소유한 두산그룹 계열 오리콤의 과거 20년의 사업보고서를 직접 분석해 봤다.
19일 금융감독원 및 남다른디테일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W코리아는 두산그룹 계열사인 광고회사 오리콤의 매거진 사업부에 속해 있다. 오리콤은 코스닥 상장사이며 (주)두산이 60.89%, 두산연강재단이 0.56%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W코리아가 두산매거진 소속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2007년경 오리콤으로 합병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오리콤의 사업보고서부터 ‘매거진 사업’에 대한 언급이 되고 있다.
오리콤은 W코리아 뿐 아니라 보그, GQ, 얼루어(Allure) 등의 한국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다. W매거진은 미국 W Media LLC가 상표를 가지고 있으나 전 세계에서 한국만 거의 유일하게 발행하고 있으며 한국이 가장 성공한 사례에 꼽힌다. 오리콤은 몇 년 전 데일리패션뉴스 등 디지털 매거진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페스트페이퍼(fastpaper)라는 디지털 매거진을 만들기도 했다.
과거 두산은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 두타면세점을 내고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었다. 당시 두타면세점은 에르메스와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를 동대문에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는데, 그 근거 역시 이 라이선스 매거진들의 ‘파워’를 믿고 내뱉은 말이었다. 그러나 결국 명품 브랜드 유치는 못 한 채 면세 사업에서 철수했다.

종이 잡지 몰락에도 오리콤 잡지들은 어떻게 살아 남았을까
수년 전 매거진 시장에는 큰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인터넷과 SNS의 저변 확대로 종이 매거진들이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실제 상당수 종이 매거진들이 폐간됐다. 그런 와중에 오리콤의 매거진들은 일찍 디지털로 전환을 꾀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종이에 한정돼 있던 광고 매출을 SNS 광고로 확산한 것이다. 그러면서 코스모폴리탄, 바자, 엘르, 에스콰이어 등을 소유한 허스트중앙(중앙일보 계열)도 디지털로 전환을 꾀했다. 매거진 업계 양대 산맥인 두산과 중앙은 디지털 매거진 시장에서도 경쟁해, 두산은 페스트페이퍼를 만들었고 중앙은 아이즈매거진과 합작법인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결과 탓인지 오리콤의 메인 사업은 광고 부문이지만, 언젠가부터 매거진 부문이 더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오리콤의 광고 부문 매출은 701억원(한컴 제외)인 반면 매거진 부문은 80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W코리아가 유방암 인식 캠페인 ‘러브 유어 더블유(Love Your W)를 시작한 2006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오리콤에 합병된 2008년 매거진 부문 매출은 337억원에 그쳤다. 심지어 1억77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오리콤의 광고 매출은 592억원으로 메인 사업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2009년에도 오리콤의 매거진 부문의 매출은 327억원으로 활로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후 오리콤의 광고 매출은 제자리 걸음인 반면 매거진 매출은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45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400억원대로 올라섰다. 2021년에는 538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482억원의 매출을 올린 오리콤 광고 매출(한컴 제외)을 앞섰다.
오리콤의 매거진 부문은 2022년 701억원, 2023년 768억원, 2024년 803억원을 기록하며 큰 성장을 하고 있다. 오리콤의 메인 사업이 광고에서 매거진으로 변모한 것이다.

오리콤 매거진 성장 이끈 박혜원-이혜주
2008년 300억원대 매출에 그친 오리콤의 매거진 사업을 800억원대로 끌어올린 주역은 누구일까. 업계 안팎에서는 오리콤 총괄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혜원 부회장과 이혜주 W코리아 편집장을 꼽고 있다.
박 부회장은 두산그룹 오너가이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여동생이다. 그는 오리콤 지분 0.24%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박 부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이혜주 편집장은 상무에서 최근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1965년 생인 이 편집장은 중앙대학교 가정교육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석사, 동덕여대에서 패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부생활에서 에디터 생활을 했으며 오리콤에서만 17년 이상을 근무했다.
업계에서는 이 편집장이 오리콤에서 오랜 기간 일하며 승진을 거듭한 배경이 탁월한 영업력과 네트워크 능력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편집장은 많은 유명 연예인들과 재벌가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를 사업적으로도 잘 활용해 브랜드들과 연결해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에서 한국 앰버서더를 찾을 때 이 편집장을 가장 먼저 찾는다는 말도 있다.
실제 지난 15일 있었던 W코리아의 유방암 자선 파티에서는 유명 연예인뿐 아니라 해외 브랜드의 한국 지사장들이 다수 참석했다. 유방암 자선 파티를 겉으로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연예인과 브랜드 간의 네트워크 파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이 편집장은 방탄소년단(BTS) 멤버들과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BTS 멤버들이 매거진 화보 촬영을 한 경우는 W코리아가 거의 처음이다. BTS가 화보 모델을 찍으면서, 그 매거진을 BTS의 팬들이 사는 방식인 셈이다. 올해 9월호에는 BTS 멤버인 뷔가 전역 후 처음으로 W매거진 화보를 찍었는데, 완판을 기록했다. 지난 15일 파티에서도 BTS의 멤버들이 메인으로 서며 파티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 편집장의 이런 연예인 파워로 브랜드와 기업에는 갑의 위치에 있었을 것이며, 회사 내부에서도 인정을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 W코리아의 파티 논란으로 남다른디테일에는 이 편집장에 대한 갑질 제보가 여럿 접수되고 있다.
유방암 자선파티하며 약 20년간 3억 기부, 진실은?
이번 유방암 자선 파티의 또 다른 논란은 기부금의 불투명성이다. 초청한 연예인들은 자선 파티라고 하며 무료로 초청했는데, 브랜드에는 5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현금 협찬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물품 협찬까지 합치면 금액은 더 커질 수 있다. 지난 15일 파티 하루 동안 W코리아가 모은 돈만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기다 당초 W코리아는 외부에는 20년간 한국유방건강재단에 11억원을 기부했다고 알렸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W코리아가 2007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유방건강재단에 전달한 총 기부액은 3억1569만원에 그쳤다.
2016년에는 두산그룹이 박용만 회장이 직접 나서 한국유방건강재단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고 보도자료까지 배포했지만, 이 의원 자료에는 500만원에 그쳤다. W코리아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오리콤의 보고서상에는 지난해 기준 12억원의 기부금을 지출했다. 이중 한국유방건강재단에 얼마가 기부됐는지는 알 수 없다.
이와 관련 남다른디테일은 이 편집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들이 어떻게 이혜주 편집장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나 쉽게 말하기 어렵다”라며 “연예인들과의 관계로 브랜드와 기업들, 기업들 오너들과 네트워크 연결로 승승장구해온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순수하게 유방암 자선 행사 취지에 맞게 진행됐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자신의(이혜주 편집장) 인맥을 과시하고 매출을 올리려는 욕심으로 선을 넘어선 것 같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