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엘 호텔’ M&A시장에 내놨다는 말 나와, 부동산이 아닌 ‘브랜드’, ‘공간’ 매각이라는 점에 관심
롯데호텔 ‘시그니엘 호텔’ 접을 가능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 가능성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5성급 호텔’임에도 객실가 30만원대, 오픈 이후 가격 거의 오르지 않아
아만, 로즈우드 등 글로벌 럭셔리호텔 브랜드들과 경쟁력 열위, 해외는 ‘L7’으로 진출 중
지난해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롯데그룹이 실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주력 계열사 및 사업 부문을 매물로 내놓은 가운데 롯데호텔의 럭셔리 브랜드인 ‘시그니엘 호텔’을 시장에 내놨다는 말이 돌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으나 부동산 매물이 아닌 ‘브랜드 매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니면 롯데호텔이 ‘시그니엘 호텔’ 사업을 접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 재편을 위해 비주력 계열사 및 사업 부문을 M&A(인수합병) 시장에 내놓거나 사업을 접고 있다. 시장에 알려진 바로는 롯데헬스케어를 청산하기로 했고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과 호텔롯데의 ‘L7’과 ‘시티’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렌터카 업계 1위인 롯데렌탈은 홍콩계 사모펀드(PEF)에 매각한 바 있다.
그 외에도 롯데웰푸드 제빵 사업부문, 코리아세븐 현금지급기 사업부문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호텔의 럭셔리호텔 브랜드인 ‘시그니엘 호텔’도 시장에 내놨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롯데호텔이 이미 시장에 내놨다는 ‘L7’과 ‘시티’는 브랜드가 아닌 부동산을 시장에 내놨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 홍대에 있는 L7호텔은 호텔롯데가 건물주이다.
반면 잠실에 있는 시그니엘 서울의 건물주는 롯데물산이며 시그니엘 부산도 엘시티에 임차해 있다.
그렇다면 롯데는 시그니엘을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내놨을까. 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롯데가 시그니엘 호텔을 시장에 내놨다면 ‘공간’을 매물로 내놨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123층 롯데월드타워 상층부에 위치한 시그니엘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그 공간을 시그니엘이 아닌 다른 럭셔리 호텔 브랜드가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일부 리뉴얼을 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아니면 시그니엘로 계속 운영하되, 사모펀드 등에 매각하는 방안도 있다.

국내에서는 호텔 부동산 M&A는 많았으나 브랜드 매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호텔 브랜드 M&A가 매우 활발한 편이다. 메리어트가 W를 인수한 것도 그렇거니와 타이베이에 본사를 둔 리젠트호텔도 IHG에 인수된 이후 프라퍼티를 확장하고 있다. 하얏트호텔도 스탠다드호텔을 인수해 체인을 늘리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호텔 매각은 거의 부동산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해외에서는 브랜드를 인수해 전 세계로 키우는 경향이 크다”라며 “시그니엘 호텔을 시장에 내놨다라고 한다면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 측은 시그니엘 호텔이 코로나 시국에도 높은 객단가를 유지하며 잘 운영돼 왔는데 굳이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롯데는 현재 비주력 계열사 및 부진한 사업 중심으로 시장에 내놓다보니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다 보니 선뜻 나서는 인수자가 없는 것이다.
아니면 시그니엘 호텔이 높은 객단가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실제 수익은 높지 않거나 적자일 수 있다. 럭셔리 호텔의 특징은 겉으로는 높은 가격에 화려해 보이지만 이익을 내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투자비와 인건비 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시그니엘 서울이 높은 객단가를 보인다고 하지만 경쟁 호텔 대비 가격이 훨씬 낮거나 떨어져 있다. 3월 12~13일 공식 홈페이지 기준 시그니엘 서울의 최저 객실 가격은 34만4000원(세금, 봉사료 미포함)이다. 반면 포시즌스호텔 서울은 같은 날 기준 최저 75만6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시그니엘 서울은 2017년 오픈 이후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거나 오히려 떨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을 30만원대에 판매해 이익이 날지 의문이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더 럭셔리한 브랜드를 유치하거나 호텔 경영을 더 잘하는 곳에 맡기고 싶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롯데호텔 관계자는 “시그니엘 호텔만 별도로 나눠 매출과 이익을 공개하지는 않는다”라며 “시그니엘 호텔이 이익이 나는지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초 롯데호텔은 시그니엘을 론칭하면서 로즈우드, 포시즌스 등을 벤치마킹하며 럭셔리호텔과의 경쟁을 계획했다. 해외 진출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럭셔리호텔 시장의 경쟁은 엄청난 투자가 있어야할 뿐 아니라 오랜 노하우와 함께 투자금 회수도 어렵다. 쉽게 뛰어들 시장이 아니다. 아만, 식스센스, 카펠라, 로즈우드 등 글로벌 럭셔리호텔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시그니엘이 경쟁력을 가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지만 확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롯데호텔은 베트남 하노이와 미국 시카고 등에 신규 호텔을 오픈했는데 모두 L7 브랜드이다. L7은 오는 2028년에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필드에도 오픈할 계획이다. 롯데호텔이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할 호텔은 시그니엘이 아닌 L7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M&A는 롯데지주 경영혁신실 내에서도 일부 인력들만 공유되고 있어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렵다.
롯데그룹과 롯데호텔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 매각과 관련해서는 아주 일부의 직원들만 맡고 있어 알기 어렵다”라며 “시그니엘 매각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