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 뼈다귀 감자탕 인근에 열어, 감자탕집에 DJ부스도 만들고 영국의 팔콘 그릇 사용
지구 환경 위해서라며 종이 냅킨은 없지만 물티슈는 제공
돼지뼈 차갑게 제공, 고기도 딱딱해 먹을 수 없을 정도
재벌가의 취미인지 한식의 세계화인지, 무엇보다 음식의 맛 없어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한남동에 감자탕을 메인으로 하는 ‘꼬꼬숑’이라는 식당을 직접 오픈했다. 해비치호텔 법인이 아닌 본인 이름으로 개인사업자를 내서 직접 만든 것이다.
정 사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딸이자 정의선 회장의 누나이기도 하다.
국내 재계 순위 3위 기업의 오너 딸이며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개인 최대주주인 정 사장이 무슨 이유로 감자탕집을 차린 것일까. 게다가 꼬꼬숑이 위치한 한남동에는 쟁쟁한 감자탕집이 포진해 있다.
꼬꼬숑에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24시 뼈다귀 감자탕이 있다. 이곳은 한남동 대표 맛집으로 밤 12시에 가도 대기가 있을 정도다. 설마 꼬꼬숑이 24시 뼈다귀 감자탕을 경쟁 상대로 여기고 인근에 오픈한 것일까.
꼬꼬숑이 위치한 곳은 한남동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한남오거리와 한남리첸시아 인근에 있다. 이곳은 유엔빌리지가 바로 인근에 있어 고급 상권이며 유동인구도 많다. 임차료도 상당히 비싼 곳으로 알려져 있다.
꼬꼬숑에 들어가자 브런치 카페같은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감자탕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벽면에 모자, 티셔츠 등 굿즈도 걸려 있고 깔끔한 편이다. 또 식당 한편에는 DJ부스도 있다. 실제로 DJ가 와서 음악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텅 빈 좌석들을 보며 그럴 분위기는 아님을 직감했다.
한남동 대표 맛집 24시 뼈다귀 감자탕 인근에 꼬꼬숑 열어
감자탕집에 DJ부스도 있고 영국의 팔콘 그릇 사용
약 20여개의 좌석은 점심시간인데도 빈 좌석들이 더 많았다. 저녁 시간 때도 가봤으나 텅 빈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동네에서 일하거나 거주하는 사람들이 혼밥을 하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감자국 한 그릇에 1만2000원은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혼자 먹기에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24시 뼈다귀 감자탕에서 판매하는 1인용 감자탕은 9000원이다.
물병과 그릇 등은 영국의 팔콘(FALCON)을 사용하고 있다. 또 꼬꼬숑의 특이한 점은 종이 냅킨이 없다는 점.
면으로 된 냅킨을 제공하고 일회용 물티슈는 쌓여 있었다. 직원에게 종이 냅킨을 요청하니 “환경을 위해 종이 냅킨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구 환경에는 물티슈가 더 해로울 텐데 종이 냅킨이 없다니. 종이냅킨 없는 식당은 살다 살다 처음 본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도 브랜드 스탠더드는 면으로 된 냅킨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고객들이 요청하면 종이 냅킨도 제공한다. 지구 환경 지키려다 물, 세제가 더 낭비될 것 같은 느낌.
대신 앞치마는 주류회사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고급 면으로 제작된 걸 제공했다.
종이 냅킨 없는 점 특이
감자국과 간장 기름떡볶이를 주문했다. 들은 바에 따르면 정 사장은 평소 떡볶이를 좋아해 옥수동에 있는 떡볶이 포장마차도 자주 갔었다고 한다. 정 사장이 직접 만든 식당에서 만든 떡볶이는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시켜봤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리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할 수 없는 맛’이었다.
같이 간 일행들도 맛이 너무 이상해 몇 개먹고 수저를 놓았다. 떡볶이를 제대로 익히지도 않은 것인지 딱딱해 턱이 아플 정도였다.
메인 식사인 감자국도 국물도 기름이 둥둥 떠 있고 미지근하게 나왔다. 특히 돼지뼈를 먹으려고 손으로 뼈를 잡는데 차가운 것이 아닌가. 돼지뼈의 원산지는 캐나다산.
도대체 감자국을 어떻게 끓이기에 뼈가 차갑게 나오는 건지. 돼지뼈에 붙어 있는 고기를 먹으려고 하는데도 딱딱해서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24시 뼈다귀 감자탕이 번잡스럽고 불결해 보여도 인기가 많은 건 ‘맛’이다. 따끈따끈한 국물에 보들보들한 고기가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캐나다산 돼지뼈, 차갑게 식어서 나와
고기도 딱딱해 제대로 먹을 수 없어
그런데 꼬꼬숑은 무슨 용기로 쟁쟁한 경쟁자 바로 옆에 이렇게 맛없는 감자탕집을 차린 것일까.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꼬꼬숑이 있는 곳의 월 임차료는 월 100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팔아서 임차료는커녕 직원 인건비도 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또한 메뉴판에는 디저트 메뉴로 ‘비비빅’이 있어 뭔가 해서 주문해 봤더니, 우리가 알고 있는 빙그레의 막대 아이스크림 비비빅을 2000원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보통 레스토랑이나 브랜드가 인기가 많아져 마니아층이 생기고 난 이후에 굿즈들이 나오는데, 꼬꼬숑은 매장 오픈과 동시에 굿즈들도 동시에 판매하고 있다. 무슨 자신감인지 알 수 없다.
꼬꼬숑이 닭과 돼지를 뜻하는 프랑스어의 합성이고 브랜드 로고도 닭과 돼지 모양에 프랑스 국기 색인 흰색, 파란색, 빨간색을 넣었다.
재벌가의 취미도 아닌, 제대로된 한식당도 아닌
가장 중요한 음식의 맛이 없다는 점
정 사장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감자탕을 직접 만들고 싶어 꼬꼬숑을 냈는지 아니면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감자탕을 선택했는지 등은 알 수 없다. 설마 꼬꼬숑을 가지고 프랑스로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이 모든 걸 차치하고 음식의 맛만 봤을 때 정말 맛이 없었다. 감자탕이 맛있었다면 이 모든 부조화를 용서할 수 있겠지만, 맛이 없다. 감자탕을 안 먹어본 외국인 셰프가 만들었나 싶어 주방을 봤는데, 한국인이었다.
재벌가 딸의 취미 생활도 아닌 것 같고 심심해서 하는 사업도 아닌 것 같은 그렇다고 제대로 만든 한식당도 아닌 꼬꼬숑. 최근에 가 본 식당 중 가장 ‘weird’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