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객 줄 세우기’ 전략, ‘아티스트 베이커리’ 오픈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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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부터 고객 줄 연출, 오픈 시간 보다 늦게 열어
매장 식사와 테이크아웃 고객 구분 없이 줄 세우며 고객 불편
소금빵 메인 쫀득쫀득한 식감 좋아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석좌교수인 조지 리처의 저서 ‘맥도날드 그리고 맥드날드화(The Mcdonaldization of Society)’라는 책에는 맥도날드화된 시스템에서는 고객도 노동자도 경영진이 원하는 행동 양식대로 움직이도록 통제된다는 말이 있다. 특히 고객은 줄을 서야하고 메뉴는 한정적이며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고 의자는 딱딱하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똑같은 사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9일 서울 안국동에 오픈한 아티스트 베이커리를 방문하고서 이 책이 떠올랐다.

아티스트베이커리는 한국에 베이글 붐을 일으켰던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이효정 창업자가 신규 런칭한 베이커리 브랜드이다. ‘아티스트베이커리 안국’이라고 이름을 지은 걸로 봐서 향후 매장을 확대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창업자는 올해 초 한 언론사 포럼에 참석해 런던 베이글 뮤지엄 오픈 이후 한 번도 고객들이 줄을 서지 않은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도 런던 베이글 뮤지엄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고 있다.

이날 오픈한 아티스트 베이커리 역시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힘’이었는지 오픈 첫날부터 긴 줄을 서는 일이 연출됐다.

10일 아티스트베이커리 매장 앞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사진=남다른디테일

매장 정식 오픈은 오전 8시지만 아침 7시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8시가 다 되어 가서는 50여명이 줄을 섰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여기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는 걸 보고 신기해했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8시 10분이 넘어가는데도 매장 문은 열리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아침잠도 포기하고 매장 앞에 줄을 선 고객들은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더 이상했던 건 8시 15분경 매장이 오픈했는데도 고객들의 줄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매장에서 먹는 고객과 테이크아웃 고객의 줄을 구분하지도 않았다. 테이크아웃하려고 해도 매장 식사 고객과 똑같이 줄을 서야 했다.

아티스트 베이커리 측은 캐치테이블 등록이 아직 안되어서 줄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고객들이 줄을 많이 서면서 피해는 누가 입으며 수혜는 누가 받을까 생각해 봤다. 피해는 온전히 고객의 몫일 것이며 홍보 효과는 회사가 가져가는 게 아닐까.

고객들의 줄을 세우기 위해 일부러 돈을 쓰는 곳들도 많은데, 아티스트 베이커리는 매장 입장을 늦추는 방식으로 줄을 세운다고 여겨졌다.

 

아티스트베이커리의 메인 빵은 소금빵이다./사진=남다른디테일

런던 베이글 뮤지엄과 마찬가지로 이 창업자의 손길이 묻은 인테리어는 따뜻한 이국적 감성을 느끼게 했다. 단 매장 곳곳에 55라는 숫자가 있어 무슨 의미인지 물었으나 명확한 답변을 주는 직원은 없었다. 의미있는 숫자는 아니며 창업자가 좋아하는 숫자여서 썼다고 한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베이글, 카페 레이어드가 스콘이 메인이라면 아티스트 베이커리는 ‘소금빵’이 메인이다.

소금빵을 메인으로 치즈와 야채 등을 넣어 여러 종류의 빵을 선보인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서도 느꼈지만, 빵의 퀄리티와 맛은 매우 좋았다. 쫀득쫀득한 식감이 아주 좋다. 단 빵 2~3개만 사도 2만원이 넘는 가격은 각오해야 한다.

계산을 할 때도 종이 봉투는 400원에 유상 판매했지만, 비닐 봉투는 무상으로 제공했다. 봉투 가격 유상 판매의 취지가 ‘환경 보호’와 ‘환경 부담금’일 텐데 아티스트 베이커리는 오히려 비닐 봉투를 무상 제공했다.

SNS 영향력 탓에 당분간 아티스트 베이커리의 ‘줄 세우기’는 이어질 거 같다. 이전 런던 베이글 뮤지엄 매장들보다 지하철역도 가깝고 버스가 다니는 큰 도로에 있어 접근성도 좋다. 그러나 고객 불편이 지속된다면 불편을 감소하고 매장을 계속 찾을 고객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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