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푸드테크 종로4가쪽 최저 2000원 우동집 ‘유동’ 운영중
상주직원 1~2명, 24시간 영업, 자동화 기계가 우동 만들어
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도 손님은 많지 않아
김동선 부사장, 고용 창출보다 인건비 절감, 자동화에 더 집중
한화그룹 계열사가 최근 서울 종로구 인의동에 우동집을 차렸다. 관심을 끄는 건 우동 한 그릇의 가격이 2000원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F&B(식음)와 로봇 기술에 관심이 크다. 그가 만든 한화푸드테크도 F&B와 로봇 기술을 결합한 자동화 조리 및 무인 매장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다. 한화푸드테크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한 것도 이런 취지이며 급식업체 아워홈을 인수한 것도 이런 실험의 목적으로 해석된다. 한남동에 파스타 전문 브랜드 파스타X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용 창출보다 자동화를 실현해 가격을 낮춘 외식 업장이라는 점이다.
한화푸드테크는 이번에 조리가 상대적으로 간편하고 단순한 ‘우동’을 선택했다. 상호명은 ‘유동’.
지난 31일 오전 2시경 찾아간 ‘유동’은 종로 4가와 5가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큰 길가에 있는 것도 아닌 일방통행으로 들어가야 하는 좁은 길에 자리 잡고 있었다.

24시간 영업을 하는데도 주변에 유동인구가 많거나 주점이 많은 것도 아니다. 모텔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그렇다고 오피스 상권도 아니다. 대상그룹 본사가 이 근처에 있으나 시청이나 광화문 쪽의 오피스 상권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고 노인층들이 많이 모이는 탑골공원과도 거리가 있다.
도대체 한화푸드테크는 왜 이런 조용한 동네에 24시간 운영하는 우동집을 차린 것일까.
오전 2시경 유동에 입장하려고 하니 밤이어서인지 입구에서 신용카드와 전화번호 등으로 인증을 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야간에 상주하는 직원은 한 명이었으며 손님은 기자 이외에 한 명도 없었다. 낮 시간대에는 직원 2명이 상주한다고 한다.
메뉴는 옛날우동(2000원), 유부우동(4000원), 소고기우동(6000원)이다. 컵밥도 있는데 참치마요, 땡초멸치, 소불고기, 볶음김치 컵밥을 2000원 동일가로 판매하고 있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해야 한다.
테이블은 차가운 스테인리스 소재이며 10여 개의 좌석이 전부다. 음식을 주문하면 오픈 주방처럼 기계가 직접 면을 익히고 육수를 붓고 고명 등의 재료를 순서대로 넣는다. 육수는 ‘5시간 넘게 우려낸 깊은 육수’라고 소개했다.
로봇이라기보다는 자동화 기계에 가까워 보였다. 우동을 주문하고 테이블에 올라오기까지 5분 정도 시간이 소요됐다. 이 기계를 직접 개발했는지 아니면 개발된 걸 구매해서 사용하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연락해봤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수저와 물 등은 셀프서비스이며, 상주하는 직원은 기계 및 매장 관리에 집중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우동의 맛은 어떨까. 우동 한 그릇에 2000원밖에 하지 않는데, 무슨 맛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래도 면이 덜 익은 것을 제외하고는 2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꽤 괜찮은 맛이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2000원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음식을 다 먹으면 사내 식당처럼 수저와 그릇 등을 분리해 반납하면 된다.
그럼에도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도 손님들이 얼마 없다는 점은 아쉬움이다. 오히려 상주하는 직원 한 명의 인건비라도 나올까, 기계 구입비를 상회할 정도로 우동을 판매할 수 있을까 등의 우려가 생기기도 했다.
한화푸드테크는 당장의 이익보다 이 매장을 테스트 매장으로 활용하는 듯하다. 유동이 들어선 건물은 2024년 신축된 건물이며 거기다 임차료가 비싼 1층에 위치해 있다. 계약 기간도 2026년 11월까지 한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김 부사장이 외식업을 키우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자동화,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외식 물가를 낮추는 것으로 보인다. 고객들도 일부러 찾아오기보다, 학교나 회사 식당 등을 통해 고정 고객들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실제 김 부사장은 지난달 21일 아워홈 인수 후 사내 게시글을 통해 “밸류체인 확대를 통한 원가 절감, 생산 물류 전처리 효율화, 세계 최고 수준의 주방 자동화 기술력과 같이 혁신을 통한 경쟁력을 만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이런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한화푸드테크는 지난해 1149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5.5% 감소했으며 1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