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아울렛 등 결합한 형태, 더현대 서울의 성공 DNA로 폐점 대신 리뉴얼로 승부수
1층 제일 좋은 공간에 고디바 베이커리 입점, 몇몇 F&B 브랜드에만 고객들 몰려
기존 건물 그대로 사용 답답한 공간의 한계 극복 어려워
너무나 젋게 가다 보니 기존 고객 유출도 불가피해 보여,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지난 6일 현대백화점은 부산 동구에 있던 현대백화점 부산점을 ‘커넥트현대’로 리뉴얼 오픈했다.
그동안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백화점이라고 하기에는 좁고 오래돼 백화점 점포 중 매출 순위 최하위권을 기록하며 폐점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부산의 주요 상권이 해운대쪽으로 넘어가면서 구도심에 있던 현대백화점 부산점의 존폐 위기가 컸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부산점 폐점 대신 ‘리뉴얼’을 선택했다. 그것도 기존 백화점 공식과는 전혀 다른 ‘젊음-힙함-예술-로컬’의 방식을 택했다. 이는 더현대 서울의 성공 DNA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였을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의 성공 DNA를 바탕으로 커넥트현대를 리뉴얼했다.
커넥트현대는 전체적으로 백화점의 ‘프리미엄’과 아울렛의 ‘가성비’, 미술관의 ‘문화·예술 체험’ 등 다양한 업태의 강점을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몄다. 실제 더현대 서울과 현대아울렛 동대문점을 조합한 느낌이다.
커넥트현대의 홈페이지와 포스터 디자인 등은 마치 뉴욕의 힙한 호텔인 ‘더 스탠다드(The Standard)’와 유사한 디자인을 택했다.
백화점 1층에는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약 5m 높이의 예술 작품 ‘더 비저너리’(The VISIONARY)를 배치했다.
더 비저너리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이 디자인한 상상 속의 동물 조각 작품이다. 현대백화점은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스페이스원과 더현대 서울 YP하우스(2030 VIP 라운지) 등에 하이메 아욘의 디자인을 적용한 바 있다.
공간 배치도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깼다. 예를 들어 커넥트현대 1층 가장 좋은 자리에는 백화점 1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명품이나 뷰티 매장이 아닌 고디바 베이커리가 입점했다. 현재 커넥트현대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는 고디바 베이커리였다.
또 1층에는 뷰티 뿐 아니라 패션 코너도 있는 등 백화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MD방식은 아니다.
백화점 1층과 2층 등에 ‘더 그로브(The Grove)’라는 휴게 공간을 만든 점도 특이점이다. 백화점 주요한 자리에 고객 휴게 공간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반면 큰 규모로 입점한 케라모스 카페와 페이퍼라운지 등의 카페 공간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커넥트현대는 젊은 고객층을 위해 지하 1층과 지하 2층에 가장 큰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지하 1층에는 뉴웨이브라고 이름 짓고 스탠드오일, 마뗑킴, 커버낫,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등의 MZ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브랜드들을 입점 시켰다.
지하 2층에는 현대백화점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식품관 및 F&B 브랜드들을 대거 입점 시켰다. 특히 로컬리즘을 강조해 ‘버터레코드’, ‘다리집’, ‘카츠키친’ 등 부산 유명 맛집을 대거 입점 시켰다.
올리브영, 다이소, 모던하우스 등 대기업 리테일 브랜드들이 백화점에 입점한 점도 특이할 만한 점이다. 특히 지상 8층에 다이소, 모던하우스, 이케아(팝업스토어)를 함께 입점 시켰다. 비슷하면서도 경쟁 업체라고 할 수 있는 이 브랜드들을 한 리테일 공간에 모은 사례는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전체적으로 커넥트현대는 ‘콘텐츠만 좋으면 공간과 지리적 약점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세로 리뉴얼을 진행한 듯하다. 핫하면서도 젊고 지역성이 강한 브랜드를 유치하려는 현대백화점의 노력이 엿보였다.
그렇다고 단점이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단점은 기존 공간을 리뉴얼할 것이기 때문에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기존 현대백화점 부산점 건물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 오래돼 보이는 구조와 낮은 층고는 어쩔 수 없었다. 공간이 좁아 답답한 느낌은 극복하기 어려워 보였다.
또 너무나 젊은 쪽으로 가다보니 기존 현대백화점 부산점을 이용했던 고객들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지금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고디바 베이커리의 인기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들은 금방 떴다 식는 경우가 많다. 흥망성쇠가 빠른 젊은 트렌드를 어떻게 쫓아갈지도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지하 1층과 지하 2층을 제외하고는 큰 변화를 읽기 어려웠다. 커넥트현대가 지속 가능하게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더현대 서울처럼 팝업스토어를 열심히 돌려야 할 텐데, 팝업스토어의 인기도 언제까지 갈지 모를 일이다.
백화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작고 오래된 공간을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진 커넥트현대,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