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에도 외국인 관광객 오지 않으면서 2개층 면세공간에서 1개층 텍스프리로 변경
신동빈 롯데 회장 직접 방문했던 곳, 철수도 쉽지 않아
롯데면세점 긴자점에 패션 브랜드들이 대거 철수했다. 롯데면세점은 기존 2개 층을 ‘듀티프리(면세점)’샵으로 운영했지만 현재는 1개 층을 면세점이 아닌 ‘텍스프리’ 샵으로 변경하고 있다.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크게 줄어들면서 면세점 구역을 축소한 것이다.
롯데면세점 측은 ‘리뉴얼’ 중이라는 답변이지만, 유명 브랜드들이 철수한 공간에 어떤 브랜드들로 채워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2일 남다른디테일은 일본 도쿄 긴자 도큐플라자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긴자점’을 찾았다. 롯데면세점 긴자점은 도큐플라자 8층과 9층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8층에는 패션과 주얼리 브랜드 등이 입점해 있었고 9층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입점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에도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시내 면세점을 많이 찾지 않아 결국 8층 공간을 면세점이 아닌 텍스프리샵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패션 브랜드들이 대거 철수한 8층 공간에 롯데면세점은 지난 7월 긴자 프렌즈 캐릭터샵을 오픈했다. 코로나 이후 긴자점을 방문하는 고객군의 쇼핑 패턴이 변화하면서 캐릭터샵을 오픈했다고 롯데면세점 측은 밝혔다. 이곳에서는 벨리곰과 잔망루피 등 캐릭터 굿즈도 판매한다.
그러나 캐릭터샵으로 변경한 이후에도 면세점을 찾는 고객들은 많지 않아 보였다. 이걸 사기 위해 일부러 면세점을 찾는 고객들이 많지 않은 것이다. 실제 매장 내에는 고객보다 직원들이 더 많이 보였다.
뷰티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도큐플라자 9층에도 고객들보다 직원들의 수가 더 많았다.
롯데면세점 긴자점에 입점한 뷰티 브랜드들은 SK-2, 시세이도 등 기존 백화점에 입점한 해외 뷰티 브랜드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패턴과는 사뭇 다른 MD들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K뷰티를 경험하기 위해 올리브영을 많이 찾는 것처럼,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면세점에서 고가의 해외 브랜드를 구매하기보다 드럭스토어에서 일본 현지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을 더 선호할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은 텍스프리 제도가 매우 잘 갖춰져 있는 곳이다. 시내 일반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한 후 텍스프리를 받으면 된다. 굳이 면세점을 찾아가 쇼핑을 할 이유가 없다.
긴자점은 롯데면세점에게 있어 나름 상징적인 공간이다. 긴자점은 도쿄의 시내면세점 특허 1호 점포였다. 롯데면세점 긴자점 이전에 도쿄에는 시내 면세점이 없었다.
특히 2016년 롯데면세점 긴자점 오픈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그의 부인 시게미츠 마나미 여사,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롯데그룹 오너들이 면세점을 직접 찾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이 코로나 시국에도 긴자점을 철수하지 않고 유지했던 것도 이런 이유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룹 회장이 직접 방문했던 곳을 적자가 난다고 없앨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찾지 않으면서 결국 면세 공간을 줄이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롯데면세점은 긴자점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적자가 상당한 점포인데도 철수를 하지 않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일본 롯데와 얽힌 관계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면세점 측은 “현재 8층은 텍스프리 공간으로 리뉴얼 중”이라면서 “그러나 어떤 브랜드가 다시 입점할지는 아직 모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