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농산물’, ‘원물’홍보, 1000억 매출 목표도 실패, 시장점유율 4.8% 불과
지난 2018년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로 간편 대용식 시장에 진출했던 오리온이 초심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시 오리온은 농협과 합작사까지 만들어 ‘국산 농산물 및 곡물, 야채 등을 원물 그대로’ 만든 제품을 만든다고 했지만, 현재 수입산 원료를 대부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향후 5년 내 연매출 1000억원대 메가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비전도 밝혔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보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 2018년 농협과 오리온농협이라는 합작사를 만들어 간편 대용식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당시 간편 대용식은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점찍은 사업이었다. 허 부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간편 대용식 사업을 통해 제 2의 도약을 꾀하고 글로벌 종합 식품 기업으로 본격 도약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오리온이 간편 대용식 브랜드 ‘마켓오 네이처’를 내며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 ‘국산 농산물’과 ‘원물’ 등이었다. 농협과 합작사를 만든 것도 이런 배경 때문.
오리온은 “마켓오 네이처는 바쁜 현대인들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간편하게 건강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라며 “검은콩, 과일, 쌀 등 농협이 제공하는 국산 농산물 및 곡물, 야채 등을 원물 그대로 가공해 만든 ‘오!그래놀라’ 3종, ‘오!그래놀라바’ 3종을 우선 출시한다”고 당시 밝혔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마켓오 네이처에서 생산한 제품들의 성분표를 살펴보면 국산은 거의 ‘쌀’ 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그래놀라 단백질’에는 쌀만 국산이며 분리대두단백, 롤드오트 등은 미국산이다. ‘오!그래놀라 카카오’ 역시 쌀만 국산이며 코코아파우더(네덜란드), 코코아버터(인도네시아) 등 수입산을 주로 사용한다.
‘오!그래놀라 팝 크랜베리아몬드’도 옥수수가루(호주산), 아몬드(미국산), 건조크랜베리(미국산) 등 쌀을 제외한 국산을 찾기 어렵다.
초창기에 나왔던 현미아몬드, 검은콩 그래놀라 등을 제외하고는 국산 원물을 사용한 것을 찾기가 어렵다.
이에 오리온그룹 고위 관계자는 “국산 원료를 쓸 수 있는 건 최대한 사용하는데 신제품이 늘어나면서 국산 원료를 사용 못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5년 내 연매출 1000억원 달성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오리온농협의 매출액은 452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2019년부터 흑자를 기록, 지난해 13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시리얼 시장에서 ‘포스트’ 브랜드를 사용하는 동서식품이 50.6%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다음이 켈로그로 39.7%이며, 오리온은 4.8%에 그쳤다.
오리온그룹 고위 관계자는 “(마켓오 네이처는) 계속 잘 되고 있다”라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