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까지 프리오픈, 교촌의 헤리티지 담으려 노력
오마카세와 스피크이지바 모티브 고객에게 통할지, 라운지 음악 개선 시급
오는 8일 교촌치킨(@kyochon_official)으로 유명한 교촌에프앤비가 서울 이태원에 ‘교촌필방(@kyochon_pilbang)’이라는 신규 브랜드 및 업장을 오픈한다고 해서 미리 다녀왔다.
교촌필방은 8일 정식 오픈에 앞서 이달 1일부터 6일까지 프리 오픈을 해 고객을 받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과거 외식 사업 다양화를 위해 엠도씨, 담김쌈, 숙성72, 치폴라로쏘 등 여러 외식 브랜드를 런칭한 바 있지만, 모두 실패했다.
오랜 만에 내는 신규 브랜드 교촌필방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숯의 작가 ‘이배’ 연상되는 붓질 인테리어
먼저 교촌필방은 교촌치킨의 플래그쉽스토어로, 1991년 경상북도 구미시 ‘교촌통닭’에서 시작한 교촌에프앤비의 헤리티지를 한 공간에 담으려 했다.
필방이라고 이름 지은 것 역시 치킨 조각 하나하나를 붓질해 소스를 바르는 교촌만의 시그니처를 나타낸다. 실내 곳곳에 붓의 터치감이 가미한 건 마치 숯의 작가로 유명한 이배 작가를 연상케 한다.
또 교촌필방의 인테리어는 간판도 없고 출입구가 숨겨져 있는 ‘스피크이지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듯 했다. 스피크이지바는 1920~3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에 생겨난 위스키 바로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고 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는 은밀한 가게를 통칭한다.
교촌필방 입구의 문을 열려면 입구의 큰 붓을 잡아 당겨야 한다. 매장 겉면에는 붓의 음영으로 포인트를 줬는데 과연 거기가 치킨 집으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고 나서도 또 다른 문을 열어야 하는데, 이 입구 역시 벽에 숨겨져 있다.
출입문 숨겨져 있는 스피크이지바 모티브, ‘치마카세’도 처음으로 선보여
그런데 스피크이지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는데 프리오프닝을 한다고 따로 간판을 걸어 고객을 유인하는 이유는 뭘까. 어딘가 조화롭지 않다.
내부는 전체적으로 블랙의 모던함으로 칠해져 있는데, 곳곳에 교촌의 헤리티지 함을 담으려 했다. 또 이태원 특성에 맞게 DJ부스가 있어 클럽 같기도 하고 파인 다이닝의 냄새도 난다.
천장의 조명에는 종이들이 붙여져 있는데, 이는 교촌의 레시피가 적혀져 있는 종이라고 한다. 또 한쪽 벽면에는 업사이클링한 문베어의 맥주병이 오브제로 붙여져 있다. 문베어는 교촌에프앤비가 인수한 수제맥주 브랜드. 또 다른 벽면에는 유리병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교촌치킨의 소스 등에 사용되는 식재료들이 담겨져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내부에 숨겨져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치마카세'(치킨+오마카세)를 하는 공간이 있다는 점. 교촌에프앤비는 교촌필방을 준비하면서 오마카세 경력 셰프를 채용하기도 했다.
오마카세는 주문할 음식을 가게의 주방장에게 일임하는 것으로 일본에서 생겨난 말이다. 이후 한국으로 그 말이 들어오면서 한우 오마카세 등 여러 신조어들이 만들어졌다.
교촌필방의 치마카세는 약 8개의 좌석만 준비해 셰프가 닭 한 마리를 주재료로 오마카세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교촌필방 관계자는 “현재 오마카세 셰프가 어떤 요리를 고객들에게 선보일지 연구 중”이라며 “닭이 식재료로 들어간 다양한 요리를 창조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미정이며 오는 8일부터 예약을 받을 예정이다. 기존 치킨과는 다른 파인 다이닝 수준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식전빵 제공 등 파인 다이닝 지향, 서비스 디테일, 라운지 음악 아쉬워
그 외에 퍼블릭한 공간에서는 치킨 메뉴를 메인으로 판매한다. 필방 시그니처 플래터(3만9000원)와 필방 콤보 플래터(2만9000원), 필방 스페셜 치킨(2만6000원), 살살 후라이드(1만5000원) 등이다.
플래터에 나오는 치킨은 간장, 레드, 허니, 블랙 등으로 제공되며 선택도 가능하다. 필방 스페셜 치킨은 교촌필방에서만 판매되는 치킨이다.
기존 치킨 프랜차이즈와 달리 교촌필방에서는 치킨을 주문하면 애피타이저로 식전 빵이 제공된다. 치킨이지만 파인 다이닝 컨셉을 지향한다. 또 치킨과 함께 제공되는 무 피클 역시 레몬과 고추 등을 넣어 차별화를 뒀다.
치킨의 맛은 어떨까. 교촌치킨의 플래그쉽스토어인 만큼 주문과 함께 만들어 맛과 온도감이 적당하고 거기다 고급감도 더했다.
기존 치킨 가격과 비교해 가격이 좀 비싸기는 하지만 서비스 등을 고려하면 그리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단, 최근 치킨 가격을 인상해 불매 움직임까지 있는 교촌치킨이 이런 플래그쉽스토어를 통해 고가의 치킨을 선보이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당한 지는 의문이다.
교촌에프앤비는 교촌필방을 통해 헤리티지와 오마카세, 스피크이지바 등 여러 다양한 시도를 했음에도 여러 아쉬움을 남긴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빨대를 제공하는데 개별 포장되어 있지 않은 걸 제공하고 거기다 직원이 손으로 빨대를 직접 만지며 고객에게 전달한다. 이를 접하는 고객은 과연 그 빨대를 꽂아서 음료를 마시고 싶을까.
또 이런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각적인 요소를 놓치고 있었다.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난 음악을 업장에서 크게 틀고 있다는 점. 이태원을 찾는 사람들은 클럽을 많이 찾고 음악에 대한 감도가 매우 높다. 이들에게 이런 음악을 들려주면 과연 누가 찾아갈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