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불꽃쇼로 인한 대기오염과 동물들 피해 우려 목소리
반려동물 및 야생동물에 부정적 영향
ESG경영 중요한 한화그룹에 부정적 영향 미칠 수도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불꽃축제”.

최근 한 소셜미디어(SNS)에는 “진짜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라는 글과 함께 연기 자욱한 한강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한강에 폭탄이 떨어지고 전쟁이 났나 싶을 정도로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

지난 5일 한화그룹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진행한 서울세계불꽃축제(이하 불꽃축제)의 불꽃쇼 장면이다.

한강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축제는 매년 100만명 이상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각종 미디어와 SNS에서는 불꽃축제의 화려한 사진과 영상이 다수 공유된다. 또한 이를 보기 위한 ‘불꽃명당’이 소개되기도 하고 좀 더 좋은 자리에서 보기 위해 전날부터 텐트를 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불꽃축제를 볼 수 있는 호텔들의 1박 객실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 오른다. 불꽃축제는 그야말로 서울의 가장 대표적인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불꽃축제의 화려한 불꽃에 가려진 그늘도 점점 커지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불꽃축제에 대한 폐해 및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불꽃축제가 끝나면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가 쓰레기로 넘쳐나는 것은 일상에다 대기오염 및 소음으로 인한 동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다.

정확한 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불꽃축제가 끝나면 불꽃 소음으로 인해 많은 새들이 다치거나 죽는다는 주장들이 많다. 실제 네덜란드에서 2008년~2010년 3년 간 새해 전야 불꽃놀이에 새들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잠잠하던 새들도 폭죽이 발사되면 갑자기 500미터 상공으로 빠르게 비행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새들이 공포에 질려 어둠 속에 솟구치면 방향 감각을 잃고 자동차, 건물, 나무 심지어 서로에게 부딪혀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간과 함께 불꽃축제를 보는 반려동물들도 큰 소음으로 인해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동물권행동 카라도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해외에서는 이미 불꽃놀이의 소음과 빛으로 인한 동물의 피해와 대기 오염 문제 등이 심각하게 대두되며 대체 방안을 찾는 시점”이라며 행사의 중단을 요구했다.

카라는 “불꽃놀이가 발생시키는 소음과 빛, 화학물질이 반려동물과 농장동물, 야생동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지속해 나오고 있다”라며 “호주 커틴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특히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들이 야생동물의 이동 또는 번식 행동이 있는 시기와 일치해 야생동물의 개체 수에도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인 피해를 주는 것으로 나온다”고 밝혔다.

카라는 “국내에서도 10월은 철새의 이동 시기로 장거리 비행을 하는 새들의 생존에 불꽃놀이는 큰 위협이 된다”라며 “불꽃놀이의 강한 소음과 빛은 반려동물에게도 큰 고통을 준다”고 말했다.

불꽃축제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 9월 신복자 서울시의회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불꽃축제 행사 직후 측정된 미세먼지 수치는 서울시 평균보다 무려 10배 이상 높이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사람의 건강에도 해로울 뿐 아니라 불꽃놀이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질소, 산화질소 등 유독성 화학물질은 환경오염까지 유발한다는 의미이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도 이렇게 동물들이 죽을 수 있고 환경오염을 가중시키는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대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불꽃쇼 대신 드론쇼로 대체하는 것이 환경을 위해서 더 좋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화그룹의 태생이 ‘화약’에서 나온 것이라 불꽃쇼는 포기하기 힘들겠지만, 인간 뿐 아니라 동물과 지구 환경에도 이로운 축제에 대해 고민해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