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타깃, 노출 콘크리트와 마돈나 음악 과감히 사용
일본과 미국 중심이었던 우리의 쇼핑 공간에 전혀 다른 방향 제시해 주는 듯
서울에만 해도 10개 넘은 대형 쇼핑몰들이 있지만 어떤 개성있는 쇼핑몰들이 있을까. 어디가 잘 된다고 하면 컨셉과 디자인까지 따라 하기 바쁘다.
이런 몰개성의 쇼핑몰 시대, 혹은 더 이상 어떤 새로운 쇼핑몰이 생겨날 수 있을까 의문이었던 때에 전혀 새로운 쇼핑 공간을 경험했다. 지난해 12월 태국 방콕에 오픈한 엠스피어(emsphere)이다.
엠스피어는 엠포리엄과 엠쿼티어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더몰그룹이 새롭게 선보인 쇼핑몰이다. 엠포리엄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백화점 수준이며, 엠쿼티어는 쇼핑몰 내에 폭포수와 가든이 있는 좀 더 경험을 강조하는 공간이었다. 더현대서울이 엠쿼티어를 벤치마킹했을 정도로 매우 유사하다.
엠스피어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노출 콘크리트와 마돈나의 음악을 배경 음악으로 트는 등 과감한 시도를 했다. 쇼핑몰 3.0시대를 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쇼핑 공간을 창조해 냈다.
전 세계 많은 쇼핑 공간을 가봤지만 엠스피어 같은 공간은 처음이다.
빨갛고 파란 원색의 조명을 과감하게 사용하고 에스컬레이터와 화장실 등에는 원색의 아크릴 소재를 소재하고 있었다. 호텔로 치면 W호텔과 매우 유사한 인테리어이다.
내부 디자인은 인더스트리얼과 팝아트에서 많이 차용한 듯 했다. 식품관의 매대도 엔디워홀의 작품에서나 볼 것 같은 붉은 색을 과감히 사용했다. 쇼핑 공간이 마치 팝아트 전시장처럼 느껴질 정도다.
방콕에서 만나는 미국인 듯 디자인과 음악 등은 미국적이다.
엠스피어의 타깃 고객층은 MZ세대와 관광객이라는 점이 확실해 보였다.
젊은 고객들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식품관의 비중을 많이 두었고 핫한 외식 브랜드들을 다수 입점 시켰다. 특히 버터베어(butterbear)카페에서 만든 캐릭터는 연예인 수준을 넘어섰다.
태국 최초의 이케아 도심 매장이 엠스피어에 입점했다는 점도 특징이며, 발리의 휴양지에서나 볼 수 있는 트라이브 비치클럽이 쇼핑몰 내에 생긴 점도 특이하다. 도심 속 비치클럽에서 바와 클럽 문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6000석 규모의 아레나가 쇼핑몰 내에 생긴 점도 대단하다. 우리나라였으면 분명 특혜 시비가 생길 정도로 많은 것을 한 곳에 모아 놨다. 도심 한 가운데, 교통 체증이 매우 심각한 프롬퐁역 인근에 이런 엄청난 쇼핑몰이 생긴다는 게 우리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더현대 서울이 엠스피어보다 더 일찍 이런 인더스트리얼 디자인과 팝아트를 도입했다면 훨씬 선도적인 쇼핑몰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을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광주 등을 준비하면서 엠스피어와 같은 좀 더 젊고 과감한 쇼핑 공간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백화점 혹은 쇼핑몰은 과거 일본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롯데백화점에서 신세계그룹과 합작해 스타필드를 만든 미국 터브먼, 신세계그룹과 미국의 사이먼이 합작해 만든 프리미엄아울렛 등 대부분 일본과 미국적인 느낌이 강하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던 IFC몰과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도 미국적인 쇼핑몰이다.
이런 쇼핑 공간의 흐름 속에 엠스피어는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듯하다. 한국의 유통 기업 중에 누가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