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 등 잦은 서비스 변경, ‘신뢰’떨어져 고객 외면, 제주도 특성상 취소 쉽지 않아

과거부터 국내 호텔업계에서는 ‘럭셔리 호텔의 무덤’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럭셔리 호텔을 지향한 곳이나 글로벌 럭셔리 호텔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하면 오래가지 않아 거의 무너졌다는 속설.

지형학적으로나 관광 인프라 등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비즈니스 수요가 크지 않다는 점, 럭셔리 호텔 브랜드를 유치할 정도로 한국의 환대(hospitality) 문화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과거에는 ‘럭셔리 호텔의 무덤’이라는 오명이 이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수준에서 주로 기인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 3월말 오픈한 ‘JW메리어트 제주 리조트&스파(이하 JW메리어트 제주)를 보고 럭셔리 호텔의 무덤을 호텔 경영자나 종사자들이 스스로 파는 경우도 있음을 알았다. 1개월도 안된 시점에 호텔이 이렇게 급격하게 무너지는 경우는 거의 처음 봤다.

JW메리어트제주는 제주도 서귀포의 천혜의 자연 환경과 럭셔리 호텔을 다수 디자인한 ‘빌 벤슬리’가 디자인을 맡았다고 해서 일찍부터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언론 담당자가 전화를 받지 않아 이유를 물어볼 수도 없었음) 오픈이 1년 정도 연기되었고 지난 3월 말에서야 가까스로 오픈을 하게 되었다.

오픈을 하면서 여러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일찍이 국내에서 보기 힘든 럭셔리한 시설과 식음 서비스로 초기 반응은 좋았다. 특히 조식 시간을 오후 2시30분까지 운영하면서 고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약 1개월이 지난 시점에 JW메리어트제주는 개선이 아닌 ‘개악’이라는 말이 들려오고 있다. 여행 호텔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JW메리어트제주에 대한 불만족과 취소 고민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매일 뭔가 계속 바뀌고 있어 도대체 이 호텔의 서비스 기준이 뭔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글로벌 체인 호텔을 선택하고 럭셔리호텔 브랜드를 가는 건 예측 가능한 서비스 기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는 비단 호텔 뿐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들의 공통된 매뉴얼일 것이다.

JW메리어트제주는 오픈 이전과 초기 인플루언서와 VIP, 언론 등에게 무료 숙박을 제공하며 좋은 점을 적극 알렸다. 그들의 후기를 보고 이 호텔을 예약한 고객은 당연히 그런 서비스나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현재 JW메리어트제주에 대해 올라온 후기들은 이 호텔을 가려고 알아보는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매일 뭔가가 바뀌고 있다고 한다. 조식도 뷔페에서 단품으로 제공한다고 하며, 뷔페를 먹으려면 인당 10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3인 조식을 뷔페로 먹으려면 30만원을 더 내야한다는 건데 일반인으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정규 체크인 시간도 오후 3시인데 저녁이 다 되어서야 룸 키를 받은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기자 역시 6월 이 호텔을 예약해 놓은 상태라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었다. 서울이나 부산에 있는 호텔이라면 취소를 하면 그만이지만, JW메리어트제주를 가기 위해 항공편과 렌터카까지 예약해 놨는데 매일 뭔가가 바뀌고 있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또 함께 가는 가족들에게는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같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데 누구는 뷔페를 먹고 있고 누구는 단품을 먹는 풍경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가 호텔을 선택할 때, 글로벌 브랜드를 선택하는 건 ‘신뢰’이다. 그러나 JW메리어트제주는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100만원 넘게 책정된 유상 숙박 요금과 포인트 숙박의 괴리도 고객의 잘못이 아닌 호텔의 가격 결정 문제이다. 적자 때문에 서비스를 변경한다면, 이 역시 호텔 경영자의 잘못이 크다. 오픈이 연기되는 사이, 직원들과 충분히 리서치할 시간이 있었을 거다. 지금은 고객들이 ‘마루타’가 된 기분.

여행을 준비하면서 설레기는커녕 이렇게 불안해 보기는 처음이다. 국내 여행 대신 해외로 가야하는 이유가 더욱 명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