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대 가성비 피자에도 손님들 외면, 좌석 절반 이상 비어 있어
자본력 확실히 투입한 것도 아닌, 맛으로 승부도 아닌 ‘차별화’ 부족
김동선 부사장, 파이브가이즈 제외한 성공한 외식 사업 부재
서울 한남동에서도 손꼽히는 부촌인 ‘나인원한남’ 지하에 있는 고메이494한남에는 지난해 4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외식 자회사인 한화푸드테크(구 더테이스터블)가 신규 오픈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파스타X(파스타엑스)’가 문을 열었다.
이 레스토랑은 지난해 3월 한화푸드테크가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 피자’를 인수한 이후 오픈한 곳이라 더욱 큰 관심을 끌었다. 혹시나 파스타엑스에 스텔라 피자의 DNA가 녹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실망스러운 파스타엑스’라고 말하고 싶다. 대기업이 하는 외식사업이라면 개인이 하는 외식사업과는 다른, 규모나 자본이 대거 투입됐을 법도 한데 그런 것도 없을 뿐더러 기존 외식 브랜드들과 차별성도 없어 보였다. CJ처럼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겨냥해 셰프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고, 프랜차이즈를 지향하는 것도 아닌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양새다.
고객들도 이를 아는지, 점심시간에 방문했음에도 좌석의 절반 이상이 비어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점심 피크 시간대에도 테이블 절반 이상 비어 있어
파스타엑스는 나인원한남 지하 1층에 지난해 4월 오픈했다. 기존에도 이 자리에는 레스토랑이 있어 기존 고객들도 어렵지 않게 방문할 수 있을 듯 했다. 매장 곳곳에는 한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표현하듯 한화의 컬러인 오렌지색을 주로 사용했다.
파스타엑스가 입점하면서 이전 레스토랑에서 사용했던 것에 큰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은 듯 했다. 라운드 테이블에 10여개의 좌석이 있었다. 한쪽에는 마주보고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1~2개 있다.
주문은 좌석에서 모니터를 통해 티오더를 통해 주문한다. 피클, 스푼, 포크 등은 셀프이다. 그래서인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2명에 불과했다.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며 계산할 때 직원이 나와 계산을 해주는 방식이다.
또한 파스타는 주방에 있는 기계로 조리되는 듯 했다. 파스타 면을 익히는데 기계가 사용되는 듯 했다.
인건비를 아끼고 기계를 사용해서인지 피자 한판 가격은 1만원대 초반에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평일에는 파스타를 1만9900원에 무제한(2시간)으로 먹을 수 있으며 3만9900원에 파스타와 피자, 맥주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
한남동의 고급 상권인 나인원한남에서 파스타와 피자를 이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가성비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가성비 있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많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예약도 하지 않고 찾았음에도 10여개 있는 좌석 중 절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 파스타엑스는 왜 고객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을까.
피자 한판 1만원 초반에 판매해도 고객들 외면
정확한 요인을 알기 어렵지만, ‘차별화’의 부족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기업에서 하는 외식 브랜드라면 규모와 자본으로 압도할 수 있을 텐데 파스타엑스는 그렇지 않았다. 유명 셰프와 유명 브랜드를 가져와 맛이나 마케팅으로 승부를 거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프랜차이즈를 지향하거나 가성비를 내세우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수많은 외식 브랜드들과 어떤 차별화가 있는지 의문이다. 대기업이 이런 레스토랑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
피자 한판은 1만원대 초반대의 가격이어서인지 작은 사이즈로 제공된다. 맛은 이탈리안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정통 이탈리안 피자를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피자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것과의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화푸드테크는 한화그룹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한화갤러리아에서 주력인 유통보다는 푸드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김동선 부사장, 능력보다 자금력으로 M&A 존재감 과시
최근에는 1조5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아워홈을 인수해 단체급식 시장에 다시 도전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20년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사업을 1000억원이라는 헐값에 사모펀드에 매각한 바 있다.
1000억원에 판 사업을 1조5000억원에 다시 사서 관련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김 부사장이 벌인 외식 사업 중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사업은 파이브가이즈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 플라자 지하에 있는 오이스터 바인 ‘오이스터 배’도 김 부사장이 유치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손님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사장 개인이 투자해 서울 종로 소격동에 운영 중인 일식당 스키모토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레스토랑들의 예약사항은 캐치테이블에서 볼 수 있다. 대부분 언제나 예약 가능하다.
한화푸드테크는 차후 미국에서 인수한 스텔라 피자도 한국에 런칭할 예정이며, 중식당 오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사장은 승계를 위해 자신의 경영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푸드를 중심으로 로봇 등 테크 기술을 접목하려 하고 있다. 또한 자금력을 무기로 여러 인수를 진행하며 규모를 키워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도 있다.
그러나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제대로 된 브랜드 하나 키워서 확실히 인정 받는 게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