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 작가 전시를 주로 했던 롯데뮤지엄의 다른 행보
‘디 아트 오브 주얼리’ 전시에 롯데물산,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등 적극 참여
카즈미 아리카와에 ‘세계적인 주얼리 컬렉터’라고 표현할 뿐 ‘일본’ 표현 담지 않아
롯데뮤지엄은 이달 6일부터 내년 3월 16일까지 ‘디 아트 오브 주얼리: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컨템포러리(미국 현대 작가) 전시를 주로 진행했던 롯데뮤지엄과는 사뭇 다른 행보이다. 게다가 이 전시는 엄밀히 말하면 일본 주얼리 수집가인 카즈미 아리카와(Kazumi Arikawa)의 소장품 전시이다.
그러나 롯데뮤지엄이나 협찬사인 롯데물산과 롯데백화점 등은 이 전시를 알리며 ‘일본’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 미국의 현대작가들을 주로 국내에 소개해 왔던 롯데뮤지엄은 왜 급작스레 일본 주얼리 수집가의 소장품 전시를 진행한 것일까.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롯데월드타워 내에 있는 롯데뮤지엄에서는 내년 3월 16일까지 ‘디 아트 오브 주얼리: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주얼리 수집가인 ‘카즈미 아리카와’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주얼리 컬렉션의 첫 대규모 전시라고 롯데뮤지엄 측은 전했다.
그러나 롯데뮤지엄은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컨템포러리 작가들을 주로 국내에 소개해 왔다. 롯데뮤지엄에서 전시했던 다니엘 아샴, 알렉스 프레거, 장 미쉘 바스키아 등은 모두 미국 작가들이다.
올해 초에 진행했던 윤협 작가의 전시도 작가는 한국 태생이지만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롯데뮤지엄은 개관 초기 때부터 뉴욕의 모마(MOMA)를 벤치마킹했었다. 롯데뮤지엄이 미국 이외 작가들의 전시를 한 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 롯데뮤지엄이 지난 6일부터 ‘디 아트 오브 주얼리: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전시를 진행하면서 일본의 주얼리 수집가인 카즈미 아리카와의 소장품 전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카즈미 아리카와는 40여년 동안 동서양을 아우르는 6600억원 상당의 주얼리를 수집해 왔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영국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에 주얼리를 기증할 만큼 훌륭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수집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는 롯데문화재단과 롯데물산, 롯데백화점 등 롯데 주요 계열사들이 협찬사로 참여했으며 일본의 알비온 아트(ALBION ART)라는 회사도 참여했다. 알비온 아트는 카즈미 아리카와가 만든 법인으로 보인다. 롯데호텔도 이번 전시와 연계한 객실 패키지를 내놨다.
일본 주얼리 수집가의 전시를 위해 롯데 주요 계열사들이 적극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그럼에도 롯데 측은 이 전시를 알리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주얼리 컬렉터’, ‘세계적인 주얼리 컬렉터’ 등의 표현을 썼을 뿐 ‘일본’이라는 표현은 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과거 일본 기업 논란이 있어 일본 수집가의 전시를 진행하면서 일본이라는 표현을 일부러 쓰지 않은 것 같다”라며 “또한 지금까지의 롯데뮤지엄의 전시 방향성과 달리 일본 주얼리 수집가의 전시를 한 건 일본롯데와의 연관성도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뮤지엄 관계자는 “롯데뮤지엄이 그동안 미국 현대작가들을 주로 소개해 왔지만 김형태 롯데문화재단 대표 취임 이후 좀 더 다양하게 전시를 하는 방향으로 가게 됐다”라고 말했다.